'이것이 제22대 국회의원 배지' |
(서울=연합뉴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직무를 "국회를 대표하고 의사를 정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사무를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입법부 수장으로서 국가 의전 서열 2위에 해당하는 국회의장은 특정 정파나 정당이 아닌 국회를 대표한다는 의미다. 2002년에는 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하는 조항도 국회법에 신설됐다.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부터 '무소속 조항'이 적용됐는데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국회의장은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출되고, 통상 다수당에서 선수(選數)나 연령을 감안해 조율해서 내정하는 게 관례다. 이번 총선에서 다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6선의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뿐만 아니라 정성호 의원 등 5선의 당선인들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 내에서 다음 국회의장은 기계적인 중립을 지킬 것이 아니라 범야권에 192석을 몰아준 총선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정치적인 균형을 지키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민주당에 유리하게 국회의장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후보들의 출사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추미애 당선인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계적 중립, 협치가 아니라 민심을 보고 국민을 위한 대안을 만들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다른 인터뷰에서는 "국회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립도 아니다"면서 "의회의 혁신적 과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역할을 기대하신다면 주저하지는 않겠다"라고도 했다, '친명' 좌장이라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 (그 토대를) 깔아줘야 한다"고 했다. 의장 선출이 사실상 당 주류의 손에 달려 있다 보니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 경쟁하는 모습이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조정식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당과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돼야 성과를 제대로 만들어 국회를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명심은 "당연히 나 아니겠냐"라고도 했다. 하나같이 '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는 발언들이다.
당내 경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후보들의 발언 수위가 높은 측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률로 '무소속 국회의장'을 규정한 것은 정파적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정치적으로 균형감 있게 국회를 운영하라는 뜻일 것이다.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견제하고 소수당과의 타협을 적극 유도하는 것이 국회의장의 바른 자세다.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압도적 다수당이 된 민주당에서는 벌써 '협치는 없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심지어 17개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론'까지 나온다고 한다. 다음달 개원하는 새 국회에서도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는 21대 국회 모습이 재연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모두가 대통령과 여당의 힘만으로는, 그렇다고 거대 야당의 힘만으로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22대 입법부 수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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