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野 원내대표 모두 개혁 노선
달아오른 친명 경쟁, 민심이 당심? "역풍은 한순간"
22대 국회에서 '선명한 노선'을 내세운 후보들이 국회의장을 비롯한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혁 드라이브 노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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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장·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이 연이어 개혁 노선을 강조하면서 친명(친이재명) 경쟁이 더 치열해진 양상이다.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당이 선명하게 대여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를 명분으로 협치를 잃게 되면 역풍은 한순간이라는 견제도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 자당 몫의 차기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친명계들의 '찐명(찐이재명)'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22대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심에 따라 당심과 '명심(明心)'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회의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 후보들은 정치적 중립을 뒤로 한 채 당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노골적인 의사를 비추고 있다. "이번 총선 민심에서 드러난 내용을 관철하고 성과로 만드는 게 국회의장의 역할(조정식 의원, 6선)", "국회의장은 중립이 아니다"(추미애 당선인, 6선),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정성호 의원, 6선)" 등의 식이다.
이는 21대 국회에서 의장직을 지낸 박병석 전 의장과 김진표 의장의 정치적 중립의무로 개혁 입법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선명한 대여 투쟁 노선을 지닌 후보가 민주당의 입법 과제와 특검 등 각종 현안을 최대한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주당 지도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21대 국회 때 김진표 의장이 채상병 특검법 등 여야 합의를 요구해 무기한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내부에서는 국민의힘 의장 아니느냐며 불만도 컸다"고 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에서 "(국회의장의) 당적 비보유, 기계적 중립으로만 해석해서는 매우 협소한 해석"이라며 "대한민국 헌법 40조에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계속해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게 헌법적 가치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중립 논란과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 내 '명심 경쟁'에 "두렵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과 당선인들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총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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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안팎에서는 이러한 선명성 경쟁이 자칫 의회주의를 무너트리고, 정치 문화를 양극단으로 내몰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 20조의 2에 따르면 국회의장에 당선된 의원은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 여야가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중재해야 하는 중대한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의 발언은 우려를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며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는데,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내달 3일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줄 친명 원내사령탑이 탄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3선 박찬대 의원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분위기다. 도전을 고심했던 친명계 후보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박 의원을 사실상 추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 대표 최측근으로, 강성 친명 인사로 꼽힌다. "강력한 투톱 체제로 국민이 부여한 임무를 완수하는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며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졌다.
친명 인사들의 요직 전면 배치로 인해 민주당이 법안 처리 등에 있어 그 어떤 국회 때보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선명한 개혁 노선으로 여야가 협치에서 멀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임명된 민형배 의원은 전날 BBS라디오에서 "협치를 자꾸 앞세우면 원래 가려고 하는 방향에서 자꾸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협치라는 것을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22대 국회 초반부터 지난 국회 때 못한 법안을 처리하려고 할 것"이라며 "협치없이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에 자칫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고, 과도한 친명 경쟁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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