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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가맹점주에 단체협상권 준다는 野 … 더 거세진 입법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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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소집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항의 발언을 한 뒤 퇴장하고 있다. 정무위에서는 야당 단독으로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을 의결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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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이 2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소집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의 본회의 부의 안건을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야권 위원 15명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상대로 가맹점주들이 뭉쳐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유공자법은 민주화운동 가족과 유가족까지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두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각각 가맹본사와 점주 간 갈등 심화 가능성, 유공자 심사 기준 미비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총선 이후 8일 만인 지난 18일 '제2 양곡관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며 입법 독주에 재시동을 건 민주당은 이날 정무위에서 4개 야당의 협조 속에 정족수인 15명을 정확히 채워 직회부안을 밀어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별다른 이유 없이 60일 이상 계류된 법안에 대해 소관 상임위가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의결 정족수는 재적 위원의 5분의 3이다.

두 법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이날 표결에는 야당 위원 15명이 참여해 전원이 일사불란하게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에서 유일하게 참석한 강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민주주의를 무시한 의회 폭거이자 입법 독재"라고 비판한 후 퇴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강 의원은 "이해관계자 간 대립으로 숙의가 필요한 법안을 다수당이 일방적으로 직회부하는 것은 대화와 타협, 토론과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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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지난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결의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가격안정법 등과 함께 5월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까지 패키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21대 국회는 끝까지 '야당 입법 강행-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쳇바퀴 속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날 직회부안이 처리된 과정은 22대 국회에서 마주하게 될 범야권 입법 공조가 벌써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각 정당이 모든 안건에 대해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아니지만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민감한 사안에서 범야권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은 만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최대 192석인 거대 야당과 싸워야 할 판이다.

여당은 물론 정부도 야당이 법안 직회부를 강행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가맹사업법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한기정 위원장은 해당 법안과 관련해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다수의 점주단체가 반복적으로 협의를 요청해 가맹본부 부담이 가중될 수 있고,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갈등이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정위는 개정안에 포함된 '협의 의무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본부는 사업자단체의 협의 요청에 응해야 하고, 응하지 않으면 시정명령이나 고발 등 제재가 부과된다. 공정위는 가맹점주 피해가 많은 필수품목 지정과 관련한 협의 의무를 선도입하고 운용 상황을 점검하며 순차적으로 대상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본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도 "단체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를 텐데 모든 단체와 협의하도록 의무화해 본사는 인력과 비용, 시간을 무제한으로 투입해야 할 것"이라며 염려했다.

한편 민주유공자법에 대해 국가보훈부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인정 기준과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채 민주유공자법안의 본회의 부의가 의결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보훈부는 해당 법안이 민주유공자 적용 대상을 포괄적이며 모호한 용어로 규정하고, 인정 기준과 범위를 법률로 규정하지 않은 것이 위헌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훈부는 "민주화보상법이 인정한 민주화운동 사건 중 어떤 것을 민주유공 사건으로 인정할지와 관련자 중 어떤 사람을 민주유공자로 인정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며 "법률상 민주유공자 인정에 관한 기준과 범위도 없이 보훈부에서 자체적으로 심사 기준을 정해 민주유공자를 가려내면 민주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분들의 극심한 반발과 사회적 혼란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보훈부는 국가유공자 결정 절차와 달리 민주유공자 결정을 위한 보훈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이 임의규정으로 정해진 점도 문제라고 언급했다.

홍성국 의원은 가맹사업법에 관해 "유통 빅테크들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거의 독점화되고 있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분들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21대 국회의 남은 임기 일정과 주요 쟁점 법안 처리 등을 논의했으나 견해 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쟁점 안건 처리를 강행할 경우 본회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경운 기자 / 박대의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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