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LA~라스베이거스 2시간 … 美 고속철 첫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미국 최초 '고속철'이 첫 삽을 떴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와 네바다주 최대 도시인 라스베이거스를 잇는 노선으로, 개통 후에는 두 도시를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된다. '철도 후진국'인 미국에서 시속 300㎞가 넘는 진짜 고속철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철도 운영 업체 브라이트라인 웨스트가 2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 카운티의 랜초쿠카몽가에서 라스베이거스 남쪽까지 이어지는 총 351㎞ 길이의 고속철도 공사가 이날 공식적으로 시작됐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 철도 위를 달리는 고속열차가 최대 시속 200마일(약 322㎞)로 운행돼 2시간10분 만에 랜초쿠카몽가에서 라스베이거스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량을 이용했을 때 4시간30분 정도 걸리는 구간으로, 교통체증이 워낙 심각해 실제 소요 시간은 훨씬 길었다.

미 교통부는 이날 "우리는 오늘 미국의 진정한 첫 고속철도(America's true first high-speed rail line) 건설을 시작하기 위해 네바다에 있다"며 "매년 수백만 대의 자동차 여행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고속철도를 꿈꿔왔다"고 말했다. 고속철도의 캘리포니아 종착역인 랜초쿠카몽가역은 LA 시내로 가는 지역철도(메트로링크) 역과 연결된다. 메트로링크를 타면 LA 시내까지 다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미국 최초의 고속철도 차량을 공급하기 위해 현재 프랑스 알스톰과 독일 지멘스 모빌리티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아직 어느 회사 차량을 사용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미국에 차량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브라이트라인 웨스트는 2028년 7월 LA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 맞춰 이 고속열차를 개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 고속철의 편도 승객이 하루 3만명, 연간 11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금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지만, 항공편보다는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철도는 미국의 심각한 교통 문제와 탄소 배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유럽·일본·중국처럼 고속철도망이 확대되면 자동차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철도망을 일찍 구축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도로 교통이 발달하면서 철도망은 화물 운송에만 쓰이고 승객 운송에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LA~라스베이거스 구간 고속철도의 전체 건설 비용은 120억달러(약 16조5480억원) 규모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30억달러(약 4조1370억원)가량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미국에는 아직 시속 300㎞를 넘는 고속열차가 없다.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브라이트라인이 마이애미~올랜도 노선에 건설한 철도가 최대 시속 125마일(201㎞)로 달린다. 또한 보스턴~워싱턴DC 암트랙 구간이 시속 150마일(약 241㎞)로 달린다.

캘리포니아주의 또 다른 고속철 건설 지역은 샌프란시스코와 LA 구간이다. 2008년 주민투표로 건설계획이 통과됐지만 비용 상승과 예산 부족으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중간 구간인 머세드~베이커스필드 구간이 공사에 들어갔고, 2030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제일 사용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샌프란시스코와 LA까지 연장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댈러스~휴스턴, 시카고~세인트루이스, 시애틀~포틀랜드 구간이 고속철도 건설계획이 발표된 곳이다. 하지만 비용 등 문제로 대부분 지연된 상태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