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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中알리 거대자본, K패션 장악노리나…'9000억대 몸값' 에이블리 눈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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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2022년부터 한국 진출 위해 국내 이커머스 투자 타진

상당수 조건 안 맞거나 '필요없다' 거절했지만 에이블리는 '희망'

다른 투자자들 모두 드롭에 '자본잠식' 9000억대 기업가치 평가

뉴시스

[서울=뉴시스] 에이블리, 커뮤니티 기능 강화. (사진=에이블리 제공) 2023.11.16.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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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국내에서 '짝퉁' 판매와 저품질 미인증 상품 유통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C커머스' 대표 기업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중국 알리바바(Alibaba)그룹에서 대한민국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 측에 1000억원대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K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뉴시스 4월 22일자 [단독] K패션앱 에이블리, 中알리그룹서 투자유치 추진 "데이터 유출 우려도" 참조)

알리바바는 최근 공격적 투자로 단행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단기간 내에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으로 ‘자본 투입’이라는 전략을 내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자본 잠식 탈피가 절실했던 에이블리 측과 교감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가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조건이 안 맞거나 "투자가 필요없다"며 거절했으나, 에이블리만은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유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2022년 하반기부터 한국의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을 상대로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버티컬 플랫폼을 비롯해 종합몰 등 조(兆) 단위 거래액을 갖춘 이커머스 기업들과 수차례 미팅을 갖고 투자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국내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중국 자본’이라는 점을 이유로 투자 제안 건을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알리바바 측은 직구 플랫폼인 ‘알리 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에서 마케팅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도 지속적으로 투자 대상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강석훈 대표가 이끄는 에이블리 측과 의견 조율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에이블리는 지난 3월 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투자 유치 계획을 주요 주주들에게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블리는 동대문에서 도매로 떼어 온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개인 쇼핑몰을 다량으로 입점시켜 거래를 중개하는 패션앱이다.

에이블리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수백억원대 손실을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2000억원에 달할 만큼 재무 상태가 악화했다.

실제 2023년말 기준 에이블리의 부채총계는 1672억원으로 자산총계(1129억원)보다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543억원대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이 과정에서 에이블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국내 기업들과 물밑 접촉을 통해 투자유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투자를 제안받은 대기업 이커머스 업체들이 모두 끝내 관심을 보이지 않자 해외 자본 유치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을 태워 한국 시장에 수월하게 진출하고 싶은 C커머스 업체 알리와 생존을 위해 출처를 가리지 않고 동앗줄 같은 투자금이 필요했던 에이블리의 뜻이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검토하고 있으며, 알리바바 측도 유력한 투자자 중 하나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에이블리 측이 언급한 퍼미라(Permira), 온타리오교원연기금(OTTP) 등의 투자자들은 제안서만 받고 별도 검토는 하지 않은 채 실제 투자에 대한 참여 결정은 드롭(drop)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중국의 알리바바는 계속해서 에이블리 측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유력한 투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에이블리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구주 기준 5000억에 새로 발행하는 신주 기준 2조원을 믹스해 최종 기업가치 9000억원 수준에서 1000억원대 투자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10% 이상의 지분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알리바바가 국내 소상공인 생태계를 잠식하고, 나아가 미인증 저품질 상품과 디자인 카피 등의 짝퉁 판매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경쟁 관계에 있는 버티컬 플랫폼이 해당 기업의 자금을 유치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일부에서는 알리 측이 데이터 등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에이블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지분 투자 과정에서 이사회 진입 요구 및 경영 간섭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블리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흑자전환 이야기도 내면서 타이밍상 투자 유치를 진행할 최적의 시기로 봤으나 투자자 구성이 중국 자본으로 이뤄져서 뒷말이 무성하게 나온다"며 "성급하게 무리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보다 내실을 갖추고 효율적인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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