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핵위기 경보 '화산' 따라 핵반격 훈련"…'대남 핵공격 체계' 갖추는 김정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초대형방사포를 동원한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을 실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핵방아쇠'라 부르는 국가 핵무기 종합관리체계 내에서 초대형방사포를 운용하는 훈련을 진행했다며 ″적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고 이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이 22일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수 발을 발사한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도한 “국가 핵무기 종합 관리 체계 ‘핵 방아쇠’에 따른 핵반격 가상 종합 전술 훈련”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를 초대형 방사포에 전술핵을 탑재한 실기동 훈련이라고 설명했는데, 미국 등 핵보유국들이 갖춘 ‘조기 경보-반격 체계’를 자신들도 보유한 것처럼 묘사했다. 특히 핵반격의 대상을 한국으로 상정, 대남 핵 타격 계획의 체계를 갖춰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국가 핵무력의 신속 반격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초대형 방사포병 부대들의 운용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최대 핵위기 사태 경보인 ‘화산 경보’ 체계 발령시 부대들을 핵 반격 태세로 이행시키는 절차·공정에 숙달시키기 위한 실동(실기동) 훈련과 핵모의 전투부를 탑재한 초대형 방사포탄을 사격시키는 순차 등으로 진행됐다”고 전했다.

관영 매체들은 초대형 방사포 네 발이 각각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동시에 발사되는 장면도 공개했다. 방사포들이 “사거리 352㎞의 섬 목표를 명중 타격했다”고도 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전술핵 공격의 운용 공간을 확장하고 다중화를 실현하려는 구상이 현실화됐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언급한 ‘핵 방아쇠’는 지난해 3월 28일 처음 등장한 용어다. 당시 전술핵탄두인 '화산-31형'을 공개하면서 “핵 방아쇠는 다각적인 작전 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속한 명령 하달과 통제가 가능한 전술지휘통제 자동화체계(C4I)를 포함하는 북한식 핵 운용 체계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같은 달 18~19일엔 김정은의 지도 아래 ‘핵가상 반격 전술 훈련’도 처음 진행했다. 이때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해는 같은 훈련을 서부지구의 초대형 방사포 부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면서 훈련 단계를 보다 상세히 공개한 것이다. 실전 대비 태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에 처음 거론한 ‘화산 경보’가 눈길을 끈다. 북한은 이를 “핵위기 사태 경보 체계”로 설명했다. 이번 훈련이 화산 경보 발령→관련 부대들의 핵 반격 태세 이행→지휘·통제 체계 가동→구분대(특정 부대) 임무 수행 하달→핵모의 전투부 탑재 초대형 방사포 실사격 등의 단계로 순차 시행됐다고 설명하는 대목에서다.

이는 핵 방아쇠가 핵무기 발사 징후를 즉각 탐지하는 조기 경보 체계에 더해 보복 조치까지 포함하는 ‘경보-반격 체계’로 구성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 화산 경보가 핵 방아쇠를 당기는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

이런 화산 경보는 미국의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 LOW)’ 전략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LOW은 적의 핵무기 발사 징후가 탐지되는 즉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보복하는 핵무기 운용 전략이다. 1970년대 미국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소련의 기습 핵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했다. 북한이 이날 보도에서 “적이 무력 사용을 기도하면 주저 없이 중대한 사명을 결행”하겠다고 한 대목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인 KN-23과 KN-25 초대형 방사포를 보복 수단으로 상정해 핵 반격 가상 훈련을 두 차례 진행하며 보다 체계를 갖춘 것인데, 이는 남한을 핵 공격 대상으로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부터 핵을 포함한 모든 수단으로 남한 영토를 점령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처럼 김정은이 핵 투발 수단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남한을 타깃으로 둔 채 핵무기 운용 체계를 고도화하려는 시도에 우려가 제기된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북한이 이번 훈련에서 핵반격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 눈에 띈다”면서 “최대 사거리 400㎞인 초대형 방사포는 남한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오며, 일제 사격을 통해 주요 군사 시설들을 파괴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표방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LOW은 적의 핵 사용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다수의 위성 체계와 지상 레이더 등 정교한 조기 경보 체계를 핵심으로 한다. 이와 관련,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미사일 탐지 능력은 미국·러시아 등에 비하면 조악한 수준”이라며 “이번 훈련에서 화산 경보 체계를 언급했다는 건 다분히 과시성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군도 북한의 이번 행보를 최근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편대군 훈련에 대한 무력 시위 혹은 정찰위성 발사 지연에 대한 공백 메우기 등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 이날 보도를 통해 이달 12~26일 진행되는 한·미 공군의 연합편대군 훈련과 지난 18일 이뤄진 한·미 특수부대 공중침투훈련 등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번 훈련은 적들에게 보내는 분명한 경고 신호”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일견 자국 법체계에 따른 정당성 확보 차원일 수도 있는데, 북한의 이른바 ‘핵보유국법’은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할 경우에만 비핵국가를 상대로도 핵공격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번 반격 훈련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북한에 대한 공격 징후로 간주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일 수 있다.

아울러 군은 이번 훈련이 러시아로 초대형 방사포를 수출하기 위한 ‘쇼케이스’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훈련 당일 러시아 군 당국자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북한이 주장하는 초대형방사포의 타격 정확도에 대해서도 “과장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