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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산불 꼼짝마” 열화상 드론이 콕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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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 44%가 4월 발생… “초기대응 못하면 2시간만에 ‘축구장 261개’ 잿더미”

50m 상공서 화재지점 1m 내 포착… 지자체 “초기진압 활용” 잇단 도입

직접 진화하는 ‘소방 드론’도 투입… 소방헬기 못뜨는 야간진화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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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산 정상 인근 산불 발생!”

19일 오후 2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원에 설치된 가상의 산불 대응 훈련 현장. 성남시 녹지과 소속 드론운영관 윤민식 주무관(47)이 기동차량 트렁크에 실린 열화상 모니터를 보면서 불이 난 정확한 위치를 소방당국과 산불감시원에게 알렸다. 맨눈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의 초기 화재를 가정했지만, 드론이 50m 상공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영상에는 불이 난 지점이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표시된다. 윤 주무관은 “산불 감시 드론을 이용하면 화재 지점이 1m 이내까지 정확히 표시될 뿐 아니라 드론이 쉴 새 없이 경고음을 울리며 장소를 알리기 때문에 경보와 진압에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드론 활용하면 산불 진화 ‘골든타임’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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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공원에서 성남시 녹지과 소속 드론운영관 윤민식 주무관이 드론(점선 안)을 날리고 있다. 드론이 50m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대형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해 초기 진화를 돕는 방식이다.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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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을 맞아 산불 위험이 늘어나며 산림청이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를 ‘경계’로 올리고 특별 감시에 돌입하는 등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9일 강원 영월군 운학리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40여 명과 헬기 등 장비 20여 대가 투입됐지만 약 2000㎡가 소실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4∼2023년)간 산림 피해 면적 100만 ㎡ 이상이거나 24시간 이상 지속된 대형산불 32건 중 14건(43.8%)이 4월에 발생했다.

초기 진화를 위해 드론을 도입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는 이유다. 성남시가 2022년 산불 감시용 열화상 드론 2대를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서울 광진구와 노원구, 강원 동해시 등도 드론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16일 동해시 소속 드론운영관 김춘희 씨(44)는 신흥동의 한 야산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달 동해시는 약 1000만 원을 들여 56배 확대 기능을 탑재한 열화상 드론 1대를 구매했다. 김 씨는 이를 이용해 인근 논밭을 감시하는 중이었다. 김 씨는 “봄에는 한 해 농사 준비를 위해 농업 부산물을 무단으로 태우다가 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인재(人災)를 예방하기 위해 논밭 화재를 초기에 잡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산불 감시와 예방에 드론을 활용하는 건 신속한 초기 대응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산불 신고 접수부터 소방헬기가 진화하기까지 ‘골든타임’은 통상 50분으로 본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연구사가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이 부는 상황을 가정해 산불 확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불이 약 2시간 동안 이어지며 182.9ha가 소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구장 261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반면 드론 등으로 초기 대응에 성공해 1시간 안에 불길을 잡으면 소실 면적은 29.8ha로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축구장 218개에 해당하는 면적을 지킬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신고 접수 후 초동 대응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던 2017년 강릉·삼척 산불은 나흘간 1017ha를 태우며 약 600억 원의 피해를 남긴 바 있다.

● 美선 ‘맞불 화염탄’ 드론도 운영

산림청은 산불을 감지하는 걸 넘어 초기 진화까지 할 수 있는 ‘소방드론’도 2021년부터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드론이 소화 약제를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2022년 경북 울진군 산불 등 대형 산불 현장에 실전 투입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가 상공에 뜨지 못하는 야간 진화 현장이나 잔불 정리 작업에서 효과가 크다”고 했다.

연간 5만∼6만 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미국에서는 ‘맞불 화염탄’을 발사하는 드론도 활용하고 있다. 네브래스카주의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이 드론은 탁구공 크기의 화염탄 450개를 싣고 비행하다가 산불이 번질 것으로 예측되는 길목에 뿌린다. 미리 주변을 태워버려 불의 전진을 막는 방법으로, 미국 산림청 등이 활용 중이다.

채희문 강원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산불이 커지면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불을 일으키는 비산화(飛散火) 현상 때문에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라며 “초기 화재를 감지하고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 진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동해=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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