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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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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공관장 회의, ‘대통령 초청’ 문구 빼고 조용히 만찬? 김건희 등장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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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 들어 두 번째 열리는 재외공관장 회의가 22일 서울에서 개막했다. 하지만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올해도 대통령 초청 만찬이 있을 예정인 가운데, 외교부는 그 사실을 1년 전과는 달리 표기하지 않았다. 4달째 공개 일정을 삼가고 있는 김건희 여사가 잠행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낼지도 주목됐지만 전망은 부정적이다.

재외공관장 회의는 세계 각국에 주재하는 대사, 총영사, 분관장 등 공관장 180여명이 한데 모이는 큰 연례 행사다. 현재 재외공관 관련 주요 이슈는 ‘도주대사’ 논란 끝 사퇴한 이종섭 주호주대사 인사 여파, 윤 대통령과 절친하다고 알려진 정재호 주중대사의 ‘갑질’ 논란, 어느 때보다 악화한 한·러 관계, 구멍 뚫린 유엔 대북제재 감시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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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식에서 조태열 외교장관의 개회사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호주대사는 공석, 중국대사는 꿋꿋이 참석

올해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방산 관련 현안의 중요성 때문에 국방부 장관 출신인 이 전 대사를 기용한 것이라 정부는 설명해왔는데, 정작 그는 이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호주대사석은 차기 인사가 아직 이뤄지지 못한 탓에 대참자 없이 비어있게 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관례적으로 재외공관장 회의에 직무대행이 참석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무한정 길어지는 내사로 ‘대통령 라인’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정 대사의 아랑곳없는 참여도 눈길을 끈다. 정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갑질 논란)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며 “폭언도, 욕설도, 갑질도 없다. 평가해 달라”고 말했다.

정 대사의 갑질 및 비위 의혹은 지난달 7일 주중대사관에 근무하는 주재관에 의해 외교부 감찰담당관실에 고발됐다. 외교부는 이후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한 마디 외에 추가 진척 사항을 알리지 않다가 최근에야 베이징 현지에 감사팀을 파견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정 대사는 대사관 직원들에게 인신공격성 폭언, 주재관 차별 발언 등을 했다고 전해졌다.

현지조사가 한 달이나 지나서 이뤄진 데 이어 정 대사의 국내 체류 기간에도 별도 조사가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면서 외교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나온다. 외교부는 현지조사부터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과 충암고 동기인 정 대사는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밖에 러시아대사는 민감한 대러 외교 상황상 극히 말을 아낄 것으로 보인다. 주유엔 대사는 건강상 사유 등으로 이번 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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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023년 재외공관장 회의 첫날인 지난 2023년 3월 27일 재외공관장들을 초청해 만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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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초청’ 만찬 굳이 밝히지 않은 정부

호주대사, 중국대사 관련 논란은 물론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그로 인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임기 종료 사태 등은 모두 대통령과 무관치 않은 이슈다. 올해 들어 외교 악재가 잇따르면서 관련 행사에 대통령이 부각되는 것이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외교부 내에서도 올해 유독 ‘보안’ 관련 비공개 일정이 많은 편이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외교부가 밝힌 재외공관장 회의 일정에는 ‘대통령님 내외분 주최 만찬’(청와대 영빈관)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언급이 없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대통령실이 후임 인선과 정국 재구상 등 수습하는 와중에 만찬을 홍보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도 분석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대통령 초청 만찬이 비공개 행사이기 때문에 별도로 주최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지난해에도 대통령 만찬 일정 자체는 경호 엠바고가 설정돼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1년 전엔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만찬을 주최한다고 사전에 알린 반면 올해는 굳이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 김 여사의 만찬 참석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다.

외교부는 취재진이 대통령 초청 만찬에 대해 별도로 문의하자 ‘올해도 계획되어 있지만 보안상 일정을 공개하진 않는다’고 확인했다.

이번 재외공관장 회의가 김 여사의 두문불출이 끝나는 시점이 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의소리 보도로 명품가방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후 공식 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재외공관장 회의나 곧 있을 한·중·일 정상회의 등 외교 행사를 김 여사가 다시 공개적으로 나타날 계기로 점쳐왔다. 총선 때까지 ‘김건희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등장을 자제했으나 선거가 끝난 지금은 공식 활동 재개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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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2024년도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조태열 장관 “과거 답습 외교로는 답 없어”

이날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 개회사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남북관계와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우리에게 주어진 지정학적 환경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그때그때 상황 논리에 따라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데 너무 익숙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그런 자세로 외교 정책과 현안을 다루기에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위기가 너무 복합적이고, 우리의 국력과 위상,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너무 커졌다”고 짚었다.

조 장관은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는 시대적 전환기에 과거를 답습하는 외교가 설 자리는 없다”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와 발로 뛰는 외교로 시대 변화에 유연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한국이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을 권고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한국을 비롯해 이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 대사들을 초치해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번 회의 기간 공관장들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 심화와 북핵 위협 노골화, 우크라이나·중동 전쟁 장기화 등 지정학적 전환기 속 외교 전략을 모색하고, 외교부가 올해 중점 과제로 추진하는 ‘튼튼한 안보 외교’, ‘다가가는 경제·민생 외교’,‘글로벌 중추국가 다자외교’ 실행 방안을 논의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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