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무기 승인 작년 295억원→올해 5천만원
독일 베를린의 이스라엘 국기 |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가자지구 전쟁이 반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독일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이 올해 들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나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원죄' 탓에 이스라엘을 전폭 지지해왔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우파 내각이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에도 전쟁을 계속하면서 안팎의 비판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2일(현지시간) ZDF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연방정부의 올해 이스라엘 상대 전쟁무기 수출허가 금액은 이달 10일까지 모두 3만2천449유로(약 4천770만원)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3월 이후에는 1건도 없다. 지난해는 2천10만유로(약 295억원)의 전쟁무기를 승인했었다.
전쟁무기를 포함한 전체 군사장비 수출허가액도 지난해 3억2천650만유로(약 4천800억원)에서 올해는 현재까지 1천6만유로(약 147억9천만원)로 크게 줄었다. 독일은 전투기·전차·군함·자동화기 등 일부 군사장비를 '전쟁무기'로 따로 규정하고 생산·거래를 더 엄격히 통제한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독일의 이스라엘 상대 무기수출을 두고 국내외에서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니카라과는 "제노사이드협약과 국제법을 위반하는 데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군사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도록 명령해달라"며 지난달 독일을 유엔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독일 법원에도 유럽 헌법·인권센터(ECCHR) 등이 정부의 무기수출 중단·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이 여러 건 제기됐다.
독일 정부는 지난 8일 ICJ 예비심문에서 작년 10월 이후 전쟁무기 수출 허가는 4건에 불과하며 그중 3건은 시험·훈련 장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독일이 아닌 이스라엘에 대한 평가에 근거한 제소라고 주장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10월12일 "이스라엘 안보는 독일의 국가정책"이라며 무조건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느는데도 이스라엘 내각이 전쟁을 계속 밀어붙이면서 조금씩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급기야 네타냐후 총리와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이 가자지구 인도적 상황을 두고 언성을 높였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이스라엘 채널13 방송과 독일 빌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7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베어보크 장관에게 식료품이 가득 진열된 가자지구의 시장 영상을 보여줬다. 베어보크 장관이 인도적 위기를 지적하며 굶주린 어린이들 사진을 보겠느냐고 묻자 네타냐후 총리가 "우리는 현실을 이미지로 조작한 나치와 다르다"며 큰 소리로 역정을 냈다는 것이다.
독일 외무부는 보도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당시 베어보크 장관은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을 만류하기 위해 네타냐후 총리를 찾아갔다고 해명했다.
베어보크 장관은 가자지구 상황을 '지옥'에 빗대면서 구호물자 반입을 허용하라고 이스라엘에 촉구해왔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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