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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0년간 벼농사 짓던 농부, 100억대 사업가로 변신한 비결은 [우리동네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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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식품제조가공업체 (주)한우물
곤드레 나물밥 최초 개발 후 급성장
"신선한 재료로 균일한 맛 제공 노력"
스페인, 스웨덴 등 40개국 수출 목표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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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 용지면 부교리에 있는 ㈜한우물 공장에서 직원들이 야채 선별 작업을 하고 있다. ㈜한우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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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증가와 바쁜 현대인들의 식습관 변화 등으로 간편식 소비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냉동 식품이라고 하면 건강식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컸지만 이제는 오히려 위생적이고 맛이 좋아 선호하는 소비층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수많은 냉동가공제품을 쏟아내는 가운데 전북 김제에 창업 8년 만에 100억 원대 매출을 달성하고 해외 시장까지 장악한 회사가 있다. '곤드레 나물밥'을 즉석 조리 식품으로 최초 개발한 ㈜한우물이다.

2006년 문을 연 한우물은 사업 초기에는 가공 전 씻고 자르는 작업을 한 야채를 식품제조업체에 납품하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가 많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았다. 최정운(59) 한우물 대표는 고민 끝에 2년 만에 식품제조가공업으로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최 대표는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고향인 전북 김제에 내려와 20여 년간 벼농사를 지었다. 그러던 중 농산물 가격 폭락을 여러 번 겪으면서 농사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팔지 못한 농산물은 보관이 쉽지 않아 썩기 일쑤였고 그때마다 최 대표는 농산물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했다. 이왕이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한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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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운 ㈜한우물 대표. 한우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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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은 사업 초기부터 국내 굴지의 식품 기업인 풀무원·대상·CJ 등 대기업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품을 생산하면서 품질 경영 노하우를 축적했다. 자체 개발까지 포함해 상품 수만 500여 개에 달한다. 히트 상품은 최 대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2013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곤드레 나물밥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는 볶음밥 종류는 많았지만 나물밥은 없었다. 출시하자마자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고 한우물 인지도는 더 높아졌다. 이후 상승세에 접어든 한우물은 2017년 미국계 대형할인점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했고, 국내 코스트코 냉동식품 분야에서는 대기업 제품을 제치고 매출액 1위를 차지했다.

한우물은 안주하지 않고 냉동 구운 주먹밥, 냉동 김밥, 냉동 파스타, 라이스번 등 계속해서 신제품 개발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 매출만 970억 원을 기록했다. 최 대표는 "평상시 어떤 제품을 만들지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라며 "K푸드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이제는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입맛도 사로잡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우물은 냉동된 음식을 가열해 먹는 제품이기 때문에 밥의 식감에 특히 신경 쓴다고 한다. 타사제품과 다른 점은 스팀으로 밥을 찌는 방식이 아닌 가마솥에 직접 불을 지펴 밥을 짓는다는 것이다. 가스 직화 취반 시스템을 갖춰 밥알의 찰기와 고슬고슬한 식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한다. 자녀들의 건강한 끼니를 챙기는 주부들이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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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곤드레 나물밥. 한우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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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사업 초기 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거래처를 찾아다닌다. 한우물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고 바이어들이 빠른 의사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전날 생산해 판매한 제품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맛본다. 균일한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식품은 누가 뭐라 해도 맛있어야 잘 팔린다"며 "여름 배추와 겨울 배추 맛이 다르고 수분 정도에 따라 미묘하게 밥맛이 달라져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고른 맛을 선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창고 하나에서 시작한 한우물은 어느덧 3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직원 수만 450명에 달한다. 이제는 매출 1,6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스페인, 스웨덴, 동남아 등 40개국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최 대표는 "사업 시작 무렵 제가 직접 그린 한우물 구상안을 보면 공장 3개를 이어 붙인 모습인데 지금 모습과 똑같아 새삼 놀랍다"며 "우물을 파도 한우물만 파라'는 속담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제 김혜지 기자 fo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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