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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대한민국, 팔 유엔 가입 열망 이해”…이스라엘, 찬성 던진 韓 대사 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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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에 찬성한 한국 등 6개국 대사를 21일(현지시간) 초치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외무부는 전날 오렌 마모스타인 대변인 명의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유엔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 지위 승격에 찬성표를 던진 이스라엘 주재 프랑스·일본·한국·몰타·슬로베니아·에콰도르 대사들을 내일 소환할 것이며, 그들에게 강력한 항의가 전달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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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우드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 차석 대사(앞줄 왼쪽)가 지난 1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19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를 유엔 회원국으로 인정하라"고 권고하는 결의안 초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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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안보리에서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찬성한 나머지 국가에도 추후 같은 방식으로 항의를 전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7일 대학살이 벌어진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팔레스타인을 향한 정치적 손짓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자는 요구는 테러리즘을 향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지난해 10월 기습으로 자국민 1200명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인질로 납치됐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국가성을 인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앞서 지난 18일 안보리는 팔레스타인의 정회원국 가입을 유엔 총회에 추천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며, 15개 이사국 중 12개국이 찬성했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가입안은 부결됐다. 영국, 스위스는 기권했다.

유엔 회원국으로 승인하려면 안보리가 가입 권고 결의안을 채택해 총회로 넘겨야 한다.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이사국 중 3분의 2인 9개국 이상 찬성해야 하고,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PA는 지난 2011년에도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신청했지만, 서류 심사 과정에서 미국의 반대로 안보리 표결 자체가 무산돼 가입에 실패했다. 자치정부는 이듬해 유엔 총회에서 옵서버 국가 자격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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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11일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시장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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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찬성한 이유에 대해 “그간 유지해온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한다는 개념으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과 관련해 오랜 기간 지지해온 방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초치와 관련해서도 같은 입장을 확인하며 “정부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련 논의에 건설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찬성 입장 표명은 냉전 구도로 인해 오랜 기간 유엔 가입이 막혔던 한국의 역사와도 무관치 않다. 한국은 1948년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받은 뒤 49년 1월 처음으로 유엔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옛 소련이 안보리에서 번번이 거부권을 행사, 다섯 번의 시도가 모두 좌절됐다. 결국 냉전이 끝난 뒤인 91년에야 남북한 동시 가입이 승인됐다.

팔레스타인의 가입 신청을 결정하는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김상진 주유엔 차석대사 역시 “대한민국이 처음 유엔에 가입 신청을 한 것은 1949년이었으나 1991년에야 유엔 가입이 이뤄졌다"면서 "우리는 최고 권위의 국제기구에 가입하고자 하는 국민의 열망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안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한편 유엔웹티비를 통해 공개된 회의 당시 영상에 따르면 리야드 만수르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표결 뒤 팔레스타인의 유엔 가입에 찬성한 이사국들에 감사를 표했다. 또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의 의지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인도적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할 때는 목이 메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원고를 쥔 손은 심하게 떨렸다. 일상적인 삶조차 누리지 못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유를 갈망한다고 강조한 뒤였다. 이를 지켜보던 순회 의장국 몰타의 바네스 프레이저 대사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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