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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지금까지 듣지 못한 ‘노래’ 흘러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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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명문 데카서 첫 스튜디오 녹음

이전 大家들보다 빠른 템포 특징

“심장 강타하는 음악가 되고싶어”

英 그래머폰 ‘이달의 선택’ 선정

동아일보

데카 데뷔 앨범으로 프레데리크 쇼팽의 연습곡집 Op.10, 25의 24곡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가 들려주는 쇼팽은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안쪽 성부의 수많은 ‘노래’를 끌어올린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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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임윤찬(20)의 쇼팽 연습곡(에튀드)집이 19일 발매됐다. 영국 명문 음반사 데카에서의 데뷔 앨범이자 그의 첫 스튜디오 녹음이다. Op.10과 Op.25의 두 곡집은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최대한 발휘하도록 설계된 동시에 24곡 각각이 독자적인 조형미를 추구해 낭만주의 피아노곡집의 정수로 꼽힌다. 임윤찬은 이중 ‘이별의 곡’으로 알려진 Op.10-3을 올 2월 싱글 음원으로 미리 공개한 바 있다.

앨범에서 가장 먼저 귀를 붙드는 부분은 당겨 잡은 템포다. 대부분의 트랙에서 오늘날의 다른 연주자들보다도, 호로비츠, 소프로니츠키, 코르토 등 지난 시대 대가들보다도 빠른 편이다. 이 템포 설정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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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발매된 임윤찬의 쇼팽 연습곡집 앨범.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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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 라인(선율선) 뿐 아니라 왼손의 베이스나 중간 음역을 비롯한 수많은 성부에서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여러 곡이 진행될수록 빠르게 당겨 잡은 템포 대부분이 이 여러 노래들의 자연스러운 연결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느껴진다. 각각의 악절(프레이즈)이 긴 호흡으로 다가오고, 끊어졌던 안쪽 성부들이 눈에 잡힐 듯한 모습으로 이어진다.

20일 앨범 발매 기념 화상 간담회에서 기자는 “쇼팽이 Op. 10의 연습곡집을 쓸 때와 비슷한 나이인데 동년배로서의 공감을 가졌는지”를 물었다. 임윤찬은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질문이 틀렸었다. 20대 초반 둘의 만남이 아니라 ‘애늙은이’ 쇼팽을 ‘애늙은이’ 임윤찬이 만난 것이었다. 대신 임윤찬은 “24곡의 성격을 다 다르게 나누고, 그 한 곡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 곡들을 24개의 정서적 드라마로 인식했음을 보여준다.

인상 깊은 부분은 일부만 추려도 많다. Op. 10-2나 10-5에서는 기술적인 매끈함과 탐미적인 음량 배분, 또렷이 들리는 안쪽 성부들의 노래가 돋보인다. ‘혁명’ 연습곡으로 불리는 Op.10-12는 왼손의 극적인 기복을 계속 바꾸는데 그 호흡의 폭이 유장해 압도적인 격정을 자아낸다. Op 25-10의 거대한 강약대비도 색다른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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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 데뷔 앨범으로 프레데리크 쇼팽의 연습곡집 Op.10, 25의 24곡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가 들려주는 쇼팽은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안쪽 성부의 수많은 ‘노래’를 끌어올린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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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발매에 대해 그는 “10년 동안 속에 있었던 용암을 밖으로 토해낸 느낌”이라고 했다. 20세기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소프로니츠키가 ‘위대한 예술은 일곱 겹 갑옷을 입은 용암과 같다’고 한 말을 오마주한 것이다. 임윤찬은 코르토, 프리드먼 같은 이전 시대 쇼팽 연습곡집의 대가들을 연급하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근본 있는 음악가는 귀로 듣고 머리로 생각할 시간이 없이 그냥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소프로니츠키 등 이전 대가의 연주를 직접 오마주하거나 인용한 부분은 찾기 힘들었다. 예외는 Op.25의 9번이다. 왼손의 강박(强拍)을 악보와 다르게 겹쳐 치며 강세를 준 부분은 이그나츠 프리드먼의 앨범에서 영향을 직접 받았다고 그는 전했다.

임윤찬은 이 앨범으로 영국 유명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뽑은 5월 ‘이달의 선택’에 올랐다. 그라머폰은 “그의 쇼팽은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벼우며, 디테일 뿐 아니라 구조적 감각도 매력적이다. 젊음의 활력을 발산한다”고 소개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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