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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AI 전성시대?…돈 못버는 기업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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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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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인공지능(AI)이라는 키워드가 정보기술(IT) 업계를 관통하고 있다. 2022년 연말 오픈AI가 ‘챗GPT’를 발표한 뒤 AI에 대한 관심이 급속도로 커진 영향이다. 과거에는 일부 테크 기업이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AI가 논의됐다면 이제는 제조‧금융‧물류‧법률‧의료 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AI 황금기’가 찾아온 모습이다.

이처럼 AI가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했지만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작년 성적표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기대만큼 매출이 늘지 않고 적자만 크게 늘어난 곳이 상당수인데, 성장보다는 존속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기업도 있을 정도다.

◆성장은커녕 존속가능성 의심받는 알체라

대표적인 것이 알체라다. 알체라는 2023년 매출액 115억원, 영업이익 –185억원, 당기순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는 매출액을 훨씬 뛰어넘는다. 매출 상승폭은 미미한 반면 적자는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다. 누적 결손금은 765억원이 쌓였다. 자본총계 82억원으로, 작년과 같은 적자가 반복된다면 올해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실적이 악화되고 보유금이 바닥을 보이게 되자 존속가능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알체라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삼화회계법인은 “연결 회사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적시했다. 알체라는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매출은 키워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자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외부 투자가 절실하다.

알체라는 작년 570억여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패했다. 제3자 배정 및 기존 대주주의 참여를 통한 자본금 증액을 추진했지만 4차례의 증권신고서 정정 끝에 무산됐다. 다시 발행가액은 9050원으로, 현재 기업 주가는 3560원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또 알체라는 지난 18일 기존 전환사채(CB)에 대한 질권 설정 소식도 공시했다. 2025년 1월31일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한 주식 129만794주, 112억5000만원에 대해 4%의 이자율을 부여했다는 내용이다. 기존 이자율은 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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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미래라면서… 정작 돈은 못버는 기업들

사업 부진은 알체라 만의 문제는 아니다. AI 기업임을 표방하는 곳들 중 상당수가 사업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코난테크놀로지, 바이브컴퍼니, 솔트룩스, 마음AI, 딥노이드, 이스트소프트 등이다. 이중 대부분은 최근 몇 년 사이 증권시장에 상장했는데, 상장 당시 제출한 목표치를 달성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

자체 개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강조하는 코난테크놀로지는 작년 매출액 242억원, 영업이익 –10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이 58.7%나 올랐지만 적자는 2배 이상 치솟았다. 직원 급여로 전체 매출의 69.7%인 170억여원을 지출하는 중이다.

코난테크놀로지는 2022년 7월 상장하면서 향후 추정 실적으로 ▲2022년 매출액 244억원, 영업이익 39억원 ▲2023년 매출액 357억원, 영업이익 85억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장 당해부터 기대치를 크게 밑돌며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공모가 2만5000원으로 상장했는데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감안하면 공모가 대비 상승한 상태다.

빅데이터 및 AI를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바이브컴퍼니도 사업 부진이라는 고민을 안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작년 매출액 299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138억원이었던 적자를 92억원으로 줄였지만 매출도 함께 하락했다. 적자폭을 줄인 것은 사업성 개선보다는 구조조정 등의 효과로 보인다. 2022년 298명이었던 바이브컴퍼니의 직원은 2023년 233명으로 줄었다.

2020년 AI 전문 기업으로 상장 솔트룩스의 상황도 밝지 않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매출액 308억원, 영업이익 –92억원으로, 매출은 1.7% 증가한 데 비해 적자는 4.7배 이상 늘었다. 결손금은 245억원까지 누적되는 등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2023년에 ▲마음AI 매출액 102억원, 영업이익 –38억원 ▲딥노이드 매출액 19억원, 영업이익 –67억원 ▲이스트소프트(별도 기준) 매출액 376억원, 영업이익 –15억원 등 AI 업계의 작년 실적 및 최근 기업 업황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실적 부진은 상장사들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메타의 파운데이션 모델(FM) ‘라마(Llama)’를 토대로 한국어를 학습시킨 ‘솔라’를 서비스하는 업스테이지는 작년 매출액 46억원, 영업이익 –189억원을 기록했다. 큰 폭의 적자야 성장이 급한 스타트업이니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매출마저도 전년대비 21.8% 줄었다. 다만 최근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데다 비상장사인 만큼 앞선 기업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이 생성형 AI의 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움직인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본격적인 도입 전의 테스트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AI 기업들이 빛을 보는 것은 올해부터일 것”이라며 “만약 올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그때는 정말로 경쟁에서 뒤처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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