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이란·이스라엘, 전면전 피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 다시 집중
궁지 몰렸던 네타냐휴는 지지율 회복
본토 타격, 기존 중동 규칙 깼다는 우려도
이란 시민들이 19일(현지시간)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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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이 서로의 본토를 직접 타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중동 긴장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양국이 체면과 실리를 챙기는 공격을 주고받음으로써 긴장이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가 하면, 새로운 불안을 부추겼다는 경고도 나온다고 2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우선 긴장 완화를 기대하는 배경에는 확전을 경계하는 듯한 이란 측의 일관된 입장이 있다. 이란은 시리아 영사관 피격에 대한 보복을 실행하고 나서 자위권 행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부인했지만,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 이란이 튀르키예를 통해 미국에 먼저 공격 계획을 통보해 확전 가능성을 낮추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스라엘이 전날 본토를 공격한 후에도 이란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내놨다. 우선 이란 당국은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는 미국 ABC뉴스 보도에 즉각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피해를 본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IRNA통신이나 타스님뉴스 등 이란 관영·반관영 매체들은 일제히 피격 지역이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도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이란 매체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과소평가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후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을 ‘아이 장난감’에 비유하며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고, 한 이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즉각적인 반격 계획이 없음을 알렸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툴캄에 있는 누르 샴스 난민촌에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툴캄(팔레스타인)/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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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역시 이란의 공격 이후 반격하기까지 얼마간의 시차를 두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란을 공격한 후에도 별다른 언사를 하지 않았다. 가자지구 인도적 지원 문제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의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적당한 선에서 급한 불을 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CNN방송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피했다”며 “분명한 것은 양국 모두 현재까지는 가장 고조된 위험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BC방송도 “중동 지역에서 안도의 한숨이 들려온다”며 “가장 위험한 경쟁의 최근 라운드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다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날부터 가자지구 남부 라파와 서안지구 툴캄 등 하마스의 마지막 본거지들에 공격을 가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쟁 장기화로 궁지에 몰렸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의 분쟁 최대 수혜자가 됐다”며 “그에 대한 지지율이 최대 37%까지 올라 주요 경쟁자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와의 차이가 5%포인트(p)로 좁혀졌다”고 전했다. 여전히 간츠 대표가 지지율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 격차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작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중동 전면전 위험은 잠시 가라앉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간 은밀한 공격과 그림자 전쟁이라는 중동 특유의 규칙이 이번 일로 깨졌다는 데 주목했다. WSJ는 “규칙은 더는 명확하지 않고 이들은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며 “이들의 본토 공격은 새로운 규칙으로 향하면서 오판할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과 이스라엘 본토 밖에서 여전히 폭음이 들리고 있는 점도 중동 긴장이 안심할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과거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주둔했던 이라크 군사기지에 폭격이 발생해 여럿이 죽거나 다쳤고, 시리아에서도 이스라엘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공격이 벌어졌다. 중동 불안에 전날 뉴욕증시는 급락하고 국제유가는 상승하는 등 글로벌 시장도 출렁거렸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샤안 샤이크 연구원은 “이란과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기꺼이 긴장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쉽게 풀 수 없는 역학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제 문제는 어떻게 하면 미국과 주변국들이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안보 환경을 위해 그러한 역학을 풀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투데이/고대영 기자 (kodae0@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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