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4 (토)

가성비 무장한 BYD 상륙 예고…한국 전기차 생태계 교란 ‘비상등’ [S 스토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내시장 진출 준비하는 中 EV업계

테슬라까지 제친 BYD

2023년 판매량 58% 급증 세계 1위

부품 국산화로 원가 절감·고품질

韓수출 위해 국내 인증절차 착수

샤오미 공격마케팅도 변수

속전속결로 만든 첫 전기차 ‘SU7’

적자 감수하고 5000만원대 파격가

주행거리 800㎞… 글로벌시장 출격

韓업계 가격경쟁 밀릴 우려

글로벌 톱5기업 중 3곳이 中업체

韓은 모델 확대·초격차 기술 전략

현대차·기아 보급형 車 출시 예고

중국의 저가 전기차(EV) 공세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독보적 시장 지위는 이미 위태롭다.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비야디)는 지난해 4분기 판매량 기준 처음으로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라선 바 있다. 테슬라는 최근 실적 부진 속에 전 세계 인력 10% 감축까지 결정하면서 거센 ‘중국 전기차 굴기’에 힘에 부친 모양새다.

세계일보

BYD ‘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국 전기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제 해외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값은 싸지만, 품질은 떨어지는’ 과거의 ‘메이드 인 차이나’ 물량 공세가 아닌 저가·고품질의 중국 전기차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세계일보

◆‘中 BYD 천하’… 올해는 샤오미도 가세

18일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와 전기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 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합한 중국 신에너지차 수출 대수는 103만6000대로 집계됐다. 2022년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 대수 61만4900대와 비교하면 68.5% 증가한 수치다. 또 중국의 연간 전기 승용차 수출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체 승용차 수출 물량 가운데 신에너지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8.1%에서 지난해 29.7%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세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상용차 포함) 시장에서 전년(182만1000대) 대비 58.3% 증가한 288만3000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글로벌 점유율은 전년 대비 3.2%포인트 상승하며 처음으로 20%대(20.5%)를 넘었다. 테슬라(180만9000대·12.9%)는 2위였다. 특히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기업 중 3곳이 중국 기업이다. 1위는 BYD, 4위와 5위는 각각 상하이차(SAIC)와 지리자동차가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시장이 전 세계 점유율 59.8%를 차지하면서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자리를 견고히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지난 1월 중국 광둥성 선전의 샤오모 국제물류항에서 유럽으로 수출될 비야디(BYD)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선전=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상식을 파괴하는 수준의 저가 모델을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BYD는 전기차 생산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양산하는 것은 물론 완성차 제작까지 안정적인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BYD의 중형 세단 ‘씰’을 해체해 분석한 결과 부품의 75%를 자체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춰 저가 전기차 공세가 가능한 셈이다. BYD는 지난해 초소형 전기차 ‘시걸’을 출시했는데, 시작 가격이 1만달러(약 1380만원)에 불과하다.

세계일보

샤오미 전기차 SU7.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최대 800㎞의 주행거리를 지닌 전기차 ‘SU7’을 5000만원대에 출시해 세계 소비자 시선을 집중시켰다. 미국 시티그룹은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국 샤오미의 첫 전기차 SU7과 관련해 한 대 팔릴 때마다 회사 측이 평균 6800위안(약 130만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샤오미 측은 SU7의 인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지만,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이 “최소 5년간의 적자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어 ‘가격 전쟁’에 나섰다는 것은 주지(周知)의 사실이다.

◆中 전기차, 韓 상륙 초읽기

중국 전기차는 이제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이라는 가장 큰 무기를 가진 BYD는 한국 승용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해 본격 채비를 갖추고 있다.

2016년 한국법인 BYD코리아를 설립하고, 전기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전개해 온 BYD는 현재 국내 자동차 로고 상표권을 출원하는 것은 물론 국내 전기차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BYD ‘돌핀 미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YD가 국내 시장에 진출한다면 씰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소형 SUV ‘돌핀’ 등이 유력 출시 모델로 거론된다. BYD가 지난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출시한 아토3의 현지 시작 가격은 440만엔(약 3940만원)이었는데, 한국 시장에 들여온다면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CN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BYD는 지난 16일 SUV 레오파드8과 시내 주행에 적합한 슈퍼3 SUV, 스포츠카 모델인 슈퍼9 등 신차 3종을 한꺼번에 공개하면서 스포츠카와 오프로드 차량까지 라인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의 저가 전기차 공세에 대중화 전기차 모델 확대와 기술력을 통한 초격차 전략으로 견제하려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기술력을 통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 일례가 현대차의 아이오닉6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미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전기차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들이 내세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전기차는 현재 아이오닉6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건은 △5만달러(약 6700만원) 이하 가격 △주행거리 350마일(약 560㎞) 이상 △충전시간 20분 이내 등이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항속형) 후륜구동(RWD)의 경우에는 가격이 5만달러 이하면서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61마일(약 581㎞)에 이른다. 또한 18분30초의 급속충전으로 배터리 충전량이 10%에서 80%까지 늘어난다.

세계일보

현대차 ‘아이오닉6’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보급형 모델 출시를 통해 가격 경쟁력도 챙긴다는 방침이다. 기아는 오는 6월 소형 전기 SUV인 EV3를, 현대차는 하반기에 경형 전기 SUV인 캐스퍼 EV를 내놓을 예정이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EV3은 3000만원대, 캐스퍼 EV는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공세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차제에 국내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보다 정교한 보조금 정책을 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미래자동차학과)는 “국내 업체가 가진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차별성이 있는 고급 기술이나 서비스센터 공급망 등을 반영할 수 있는 보조금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중국 전기차에 대비해 더 세부적이고 효율적인 정부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