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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테슬라 압박하는 단 한 가지 문제…다음주 머스크가 답해야[오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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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머니투데이

지난해 초 이후 테슬라 주가 추이/그래픽=이지혜



테슬라 주가가 18일(현지시간) 150달러마저 깨졌다. 이는 지난해 1월25일 이후 15개월만에 처음이다.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15%, 올들어 40% 급락했다.

테슬라 주가에 단기적으로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는 이날 테슬라 주가를 압박하는 문제들을 단 하나로 요약하면 수요 부진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시장 평균 밑도는 성장률

테슬라는 지난해 미국에서 65만4888대의 전기차를 팔아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다. 하지만 미국 내 판매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25%로 미국 전체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보다 약 20%포인트가 낮았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38% 늘었지만 테슬라가 장기 성장률 목표치로 제시했던 연평균 50%에는 미치지 못했다.

올 1분기 전기차 인도량은 38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 줄어들며 더 악화됐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2만대가량 하회하는 것이다. 올 1분기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량은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대략 20%포인트 밑도는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수요를 늘리기 위해 가격도 인하했지만 올해는 별 효과가 없었다.


업계 전체 문제라는 머스크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실망스러운 올 1분기 인도량을 발표한 이후 엑스(X)에 "모든 자동차회사에 어려운 분기였다"며 수요 부진이 테슬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테슬라는 에멘 후티 반군의 홍해 공격으로 부품 배송에 차질이 빚어진 점, 미국과 독일 공장에서 여러 이유로 생산이 중단되거나 지연된 점도 올 1분기에 전기차 인도량이 부진했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JP모간의 애널리스트인 라이언 브링크먼은 테슬라가 지난 15일 1만40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것은 올 1분기의 인도량 부진이 "수요 부진" 때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품 라인업 확대 시급

테슬라를 담당하지는 않지만 수십년간 자동차산업을 분석해온 프리덤 캐피털 마켓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워드는 "테슬라가 언덕을 내려가는 공을 쫓고 있다"며 "테슬라 브랜드는 강력하지만 몇 가지 실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월가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공을 잡으려면, 즉 수요 부진을 해결하려면 제품 라인업을 새롭게 하면서 확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모델 2라고 불리고 있는 저가형 전기차를 제품 라인업에 추가하는 것이다.

문제는 약 2만5000달러 수준의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이는 저가형 전기차가 빨라야 2025년 말은 돼야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켈리 블루북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시장에는 약 275개의 신차 모델이 있는데 평균 가격이 2만5000달러 이하인 모델은 8개에 불과하다. 배런스는 테슬라가 더 많은 사람들이 구입할 수 있는 저가형 전기차를 내놓는다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택시보다 중요한 모델 2

도이치뱅크의 애널리스트인 엠마누엘 로즈너는 18일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연기될 수 있다며 테슬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189달러에서 123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로즈너는 2021년 10월부터 테슬라에 '매수' 의견을 밝혀온 지지자였다.

로이터는 지난 5일 테슬라가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극심한 저가형 전기차 출시를 포기하고 로보택시 개발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보도가 "거짓"이라고 반박했지만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고 얼마 뒤 오는 8월8일에 로보택시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로즈너는 "저가형 전기차인 모델 2의 출시가 지연되면 당분간 테슬라의 소비자 라인업에서는 신차가 출시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며 "이는 향후 수년간 전기차 판매량과 가격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기 때문에 2026년 이후 순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생긴다"고 밝혔다.

또 로보택시는 기술적, 규제적, 운영적 문제들이 얽혀 있어 실제 도로에 배치되려면 몇 년은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 전략상 테슬라는 로보택시보다 모델 2에 전념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적 발표 때 머스크의 설명 기대

캐너코드의 애널리스트인 조지 지아나리카스는 "모델 2는 차세대 차량으로 정말 중요하디"며 모델 2가 나와야 "테슬라의 성장 엔진이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오는 23일 장 마감 후(한국시간 24일 새벽)에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투자자들은 로이터의 보도대로 테슬라가 저가형 전기차 개발을 포기했는지, 아니면 출시가 내년 이후로 미뤄졌는지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싶어 한다.

웨드부시의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는 "우리는 비용 절감의 근거, 향후 전략, 제품 출시 로드맵, 전반적인 비전에 대해 머스크가 설명해주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캐너코드의 지아나리카스는 "머스크가 새로운 (차량) 모델에 대해 희망의 촛불을 켜고 한 줄기 빛을 비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업 어닝마저 실망, 조정 길어질 듯

한편, 미국 증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지 엿세반에 보복 공습을 단행함에 따라 불안한 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올 1분기 장비 수주액을 발표한데 이어 대만의 반도체회사인 TSMC는 올해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시장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 이상에서 10%로 하향함에 따라 반도체를 비롯한 기술주 전반적인 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18일 장 마감 후에는 넷플릭스가 올 1분기에 강력한 실적과 가입자수 증가세를 발표했지만 올해 매출액 가이던스가 시장 예상치를 소폭 밑돌고 앞으로 가입자수 공개를 중단하겠다고 밝혀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4.8% 급락했다.

넷플릭스가 가입자수 공개를 중단하기로 한데 대해 가입자수가 정점에 달해 더 늘리기가 여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의 고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전쟁의 소문과 금리 인하 연기에 따른 충격에서 그나마 버팀목이 돼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기업들의 실적마저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미국 증시의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에는 P&G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실적을 발표한다. 또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서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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