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증시 '공포지수' 급등…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고치
사태 악화 우려 완화되며 공포심 누그러져…코스피 낙폭 축소 마감
"투심 위축 속 민감한 반응"…외국인 수급 악화 등 위기요인 상존
정부, 이란에 특별여행주의보 발령 |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이스라엘의 이란에 대한 재보복 소식이 전해진 19일 일명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3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공습을 가한 뒤 이스라엘이 즉각 보복에 나서지 않으면서 진정되는 듯했던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공포가 이날 공격 소식에 다시금 극대화한 결과다.
이날 VKOSPI는 이스라엘의 공격 소식이 전해진 오전 11시 16분 25.29까지 치솟았다 정오를 넘어서면서 24 아래로 떨어져 전날보다 1.80포인트(9.27%) 오른 21.22를 기록했다.
VKOSPI가 25를 넘은 건 2022년 10월 17일(25.66)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레고랜드 사태의 후폭풍으로 금융시장이 자금 경색 우려에 출렁이던 때다. 당시 원/달러 환율도 최근처럼 1,400원대를 오르내렸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이용해 산출한 변동성 지수로, 기초자산의 미래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를 반영한다. 통상 주가지수가 급락할 때 급등해 공포지수로 불린다.
코로나19 사태의 공포가 증시를 강타한 2020년 3월 VKOSPI는 11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69.24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이후 16~17 수준을 유지하던 VKOSPI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전후한 지난주부터 18 위로 올라섰고,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 위기가 고조되면서 치솟기 시작해 지난 17일 20(20.02)을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이날 보인 시장의 공포심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지의 악재도 아니고 알려진 악재의 범주도 넘어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사태"라며 "그런데도 주가는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하락 요인에 더욱 민감한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으로 인한 이란의 피해 상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핵시설은 피해가 없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스라엘은 공격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이란은 공격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등 양측이 상황 관리에 나서는 양상이다.
사태 악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면서 고조됐던 공포심도 빠르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장중 3% 넘게 떨어졌던 코스피는 1.63%로 낙폭을 축소하며 마감했다. 한때 3.5% 이상 급락했던 코스닥지수도 종가 낙폭을 1.61%로 줄였다.
한지영 연구원은 "9·11 테러,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4차 중동전쟁 등 사건급으로 이번 사태가 격상되지 않는 이상 증시의 충격 강도는 그렇게 세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도 정황을 보면 평균 정도의 조정만 받고 끝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다만, 고유가와 강달러 등으로 인해 투심이 약화한 상황에서 작은 충격에도 증시가 다시금 휘청거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올해 1분기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 최대인 16조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의 '바이코리아' 기세는 최근 한풀 꺾인 모습이다. 이달에만 외국인은 6조원 이상의 주식선물을 순매도하며 증시 변동성을 자극하고 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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