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러 천연가스 공급중단에 에너지난
대체 에너지원중 하나로 떠올라
환경단체는 장작 보조금에 반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바뀐 기후에 생존하기 적합한 수종을 심은 독일 바이에른주 프라이징 숲의 모습. 프라이징=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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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에너지난이 닥치면 ‘장작’이 대안이다.”
독일 인터넷매체 ‘복스’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수급 차질로 에너지난이 불거졌던 2022년 ‘독일에서 갑자기 장작 수요가 급증한 이유’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당시 독일은 유럽 여러 국가 중에서도 유독 에너지 위기가 극심했다. 그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 국가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2021년 기준 60%로, 유럽 국가 중 유독 높아 ‘가스 부족’ 사태가 심각했다.
이에 외국에서 수입하지 않아도 독일에 워낙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한 목재가 대체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실제 독일 대형마트에서는 가정용 연료로 쓰이는 장작들이 대용량으로 판매된다. 독일 산림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발(發) 가스 위기가 닥치기 전인 2020년에도 독일에선 전체 가구의 약 13%인 550만 가구가 난방용 장작을 사용했다. 독일 가정에서 연료용 목재는 연평균 200만 m³가량씩 소비되고 있다.
목재 연료는 가스의 ‘대체 에너지원’이자 ‘친환경적’이란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원의 경우 보통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목재도 바이오매스 연료로 분류된다. 식물, 유기물질 등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 연료는 EU 신재생에너지의 6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건축 자재로 시멘트나 철근보다 목재를 권장하고 있다.
다만 2022년 가스 수급난으로 장작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이례적으로 올랐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8월 장작과 목재 펠릿 가격이 전년 대비 86% 상승했다. 주변에 흔히 보이던 나무가 ‘금(金)나무’가 돼 버린 셈이다.
목재 연료는 EU에서 논쟁의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신재생 전력 관련 법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장작의 미래’를 두고 정치적 다툼을 벌였다. 장작은 EU 관련법에 따라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인정받아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장작 공급을 위해 나무를 잘라내도 그 자리에서 다른 나무가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목재 생산 단체들은 이러한 이유를 들며 목재가 EU의 탄소저감 정책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림보호 단체들은 장작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고 있다. 장작 생산을 위해 나무를 마구잡이로 잘라내면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 위기가 심각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별취재팀 |
▽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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