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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고] EU 난민 통제로 정책 변화, 韓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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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지난 10일 ‘불법’ 이주민을 더 쉽게 추방할 수 있는 ‘신이민·난민협약(the new Migration and Asylum Pact)’을 채택했다. 2023년 EU로 유입된 불법 이민자 수는 약 38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201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한편 2022년 EU로 유입된 난민의 수는 대략 106만9800명이었고, 2023년에는 이 수치가 112만9640명으로 증가했다. 결국 EU는 특정 회원국이 난민 유입으로 인한 부담을 나눌 방안과 난민 신청 절차를 규정한 새이민·난민협약을 가결했다. 만약 난민 수용을 원하지 않는 회원국의 경우 난민 1명당 2만유로(약 2900만원)를 EU에 냄으로써 이를 대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우크라이나 난민 96만명을 수용한 폴란드와 ‘의무적 연대(mandatory solidarity)’ 원칙이 자국의 자주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헝가리 등 일부 EU 회원국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세계일보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한국유럽학회 부회장


EU 회원국들은 이민·망명정책을 국가주권 및 자율성 문제 등과 함께 안보적 측면에서 접근함으로써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초국적 기구의 제안이 규범적 성격을 내포한다 할지라도 이민·망명정책 제재 조치에도 회원국들의 전략적 이익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새 개혁안이 실제로 실행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과거 EU는 회원국들의 다양한 이민 제한정책과 함께 사회적 차원(Social Dimension)의 통합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EU가 국가 간 사회경제적 불균형을 완화하고 사회 내 계층 간 통합을 위한 사회통합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회원국 총 국내총생산(GDP)의 5% 정도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EU는 경기 침체로 사회통합정책이 위협받고 있다. 또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관계로 필요한 인재의 미국행과 숙련 노동자를 유인할 수 있는 매력면에서 미국에 상당히 뒤처지고 있다. 그 결과 EU는 ‘동화정책’에서 ‘통제정책’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민족사회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등 국가안전망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한 외국인 노동력을 철저한 관리하에 둠으로써 자국민의 불안과 노동력 부족을 동시에 해소하려는 EU 회원국들의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에는 약 250만7584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전체 인구의 4.89%로 한국이 본격적인 다문화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주로 중국,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는 저숙련 노동자라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EU의 사례를 참조하고 신속한 이민청 설립과 함께 고숙련 노동자를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마련에 진력을 기울여야만 할 것이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 원장·한국유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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