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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황금알 낳는 거위? 기로에 선 재건축 [김경민의 부동산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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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불패신화를 자랑했던 재건축 시장이 삐걱대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공사비 인상으 로 재건축 분담금이 치솟으면서 기대만큼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

공사비가 오르면서 불패신화를 자랑했던 재건축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전경(매경DB).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까지만 해도 480만3,000원 수준으로 500만 원 선에도 못 미쳤지만 3년 만에 40% 이상 올랐다.

아파트 공사비가 치솟은 데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된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여파로 건설 원가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건설 자재비가 급등한 탓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4.6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1월(118.3)과 비교하면 30% 이상 오른 수치다.

치솟은 건설 공사비는 고스란히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에 반영된다. 조합원 분담금은 공사비, 조합 운영비 등 전체 사업비에서 조합원·일반분양 수입을 뺀 금액이다.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려면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 수입을 늘려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최근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들은 기존 용적률이 150~200%에 달하는 중층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일반분양분이 별로 없다. 분양 가상한제에다 지자체 분양가 규제로 일반분양가를 무작정 높이기도 어렵다.

조합원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서울, 수도권 재건축 사업이 줄줄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전용 31㎡ 기준 가구당 5억 원의 분담금을 통보받았다. 기존 시세(4억6,000만 원)보다 분담금이 더 높자 집주인들이 줄줄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재건축 사업이 올스톱될 위기에 놓였다.

강남권 재건축도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 포22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고민이 커졌다. 2017년 3.3㎡당 공사비 560만 원에 계약했는데 착공을 앞두고 시공사에서 3.3㎡ 당 1,300만 원대로 증액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갈등 여파로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도 연일 하락세다.

부동 산R114가 지난해 11~12월과 올해 1~2월 거래된 서울 아파트의 최고 거래 가격 등락을 비교한 결과, 준공 30년을 초과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하락 거래가 59.2%로 서울 전체 평균(49.6%)보 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반면 상승 거래는 전체 평균(43.8%)보다 낮은 33.8%에 그쳤다. “당분간 공사비가 떨어지기 어려운 데다 수억 원 분담금에 초과이익 환수까지 감안하면 재건축 투자로 넉넉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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