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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최준선 칼럼] 우수한 '지배구조' 가늠할 '기준' 과연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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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국공인회계사회로부터 연구용역을 받은 두 교수가 지난 2월 28일 개최된 한국재무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지배구조기준'을 (중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Value-up: 기업가치 높이기)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중 하나가 '감사 관련 우수지배구조'로 평가되면 '감사인 주기적 지정'을 면제한다는 것인데, 이에 발맞추어 내놓은 연구결과로 생각된다.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는 2018년 11월 시행된 제도로서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상장사 등에 대해 이후 3년간은 증권선물위원회가 감사인을 직접 지정해 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 시행으로 회계감사 비용이 시행 전보다 2~9배까지 폭증하는 등(CEO Score 자료) 기업들의 부담이 컸다. 이를 면제해 준다니 솔깃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한국형 '우수지배구조기준'을 발표하게 된 데에는 미국식 지배구조와 한국식 지배구조의 근본적인 차이를 전제로 한다. 즉, 미국 등에서는 주식 소유가 분산된 기업이 많고, 이에 따른 주주-경영자 간 대리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각종 거버넌스 지표나 인덱스도 이를 전제로 만들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기업이 많고, 일반주주-지배주주 간 대리인 문제의 해결이 중요하며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도 이를 전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발표자들은 주장한다. 그와 같은 고민에서 나온 새로운 '우수지배구조기준'을 제시했으나, 금융위가 말하는 '감사 관련' 지배구조를 다룬 것도 아니고, 나아가 그 내용이 과연 '기준'으로서 타당한 것인가 조차 의문이다.

예컨대 ◇지배주주의 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배당 현금흐름권'이 높을수록 긍정 평가한다는 것이 있다. 이는 쉽게 말하면 지배주주가 회사의 주식을 많이 소유할수록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쥐꼬리만큼의 주식보유로 황제경영을 한다'는 세간의 비난과 궤를 같이한다. 지배주주의 주식보유율이 높으면 경영성과가 좋다는 연구는 많다.

다만, 과연 어느 정도로 많은 주식을 소유해야 우수지배구조인지, 객관적인 연구결과가 존재하는지, 과연 그런 연구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가 비상히 높은 한국 상황에서 몇 대째 상속이 이어지면 지배주주 지분율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기업도 IPO와 수차례 신주발행을 겪으면서 지배주주의 지분율은 서서히 하락한다. 기업이 나이를 먹을수록 지배주주의 장악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도가 창업자에게 부여되는 차등의결권주식제도다. 현금흐름권 기준은 오래된 기업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기준인데,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것이 잘못이라는 이상한 결과가 되는 이상한 기준이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기업그룹의 주식 외에 그룹 밖에 별도로 개인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도 있는데, 이는 개인의 사유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한이 된다. ◇완전모자회사가 많으면 우수지배구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최고·최선의 지배구조는 완전모회사와 완전자회사로 구성된 기업그룹이 되겠다. 이렇게 되면 자본조달은 어떻게 하고, 사업의 확장은 무슨 수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존의 자회사를 완전자회사로 개편하는데 필요한 현금은 어디서 조달해야 하며, 과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지배주주가 보유주식 수가 적은 계열회사에서 지배주주 보유주식수가 많은 계열회사로의 내부거래를 통한 사업 또는 부의 부당한 이전(이른바 터널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상세한 공시와 공정위의 면밀한 감시로 터널링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물적분할 후 복수상장도 부정평가 항목에 있지만,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을 모회사의 일반주주들이 배분 받지 못하는 구조로 손해를 입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실증적 논거가 부족하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 모회사 주주에게 모회사 보유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거나, 모회사 주식과 신설 자회사 주식을 교환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배당확대,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자회사 성장의 이익을 모회사 일반주주에 환원하는 등 주주보호방안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지, 합법적이고 중요한 구조조정 수단 자체의 이용을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총수 일가가 여러 계열회사의 임원으로 중복 취임하지 말라는 것은 오너경영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다. 이사와 회사는 대리관계로서, 그 대리행위를 여러 군데서 한다고 해서 문제 삼는 것은 합법적이지 않다. 특히 자신이 최대주주인 회사, 대규모 이해관계가 걸린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은 지배주주로서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부적절한 이사 선임은 주주총회에서 부결시키면 된다. 회사간 산업적 연계성(수직계열화 등)이 높은 경우에는 겸직 근무 및 이에 대한 보상이 타당할 수도 있다. ◇특별한 실적(경력) 없이 대표이사 또는 임원으로 임명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사적 자치에 대한 제약이고 경제적 자유에 대한 제한이다.

'기준'이 될 수 있으려면 수치화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수치화하여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만약 복수상장을 한다면 몇 점이 감점되는 것인가. 이들 기준은 합법적인 기업의 활동을 억제하게 될 것인데, 이런 것들이 자유시장경제에 부합할 수는 없다. 지배구조의 방향은 개별기업의 전략, 경영 판단에 따라 달라질 문제이므로 일률적 기준을 통하여 '우열'을 나눈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바람직한 지배구조의 평가는 회사의 지배구조가 부적절한 의사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었는지,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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