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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고] 급브레이크 걸린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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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든 열성 팬이 존재한다. 정치도 비슷하다. 보수든 진보든 어떤 상황과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 성향대로만 투표하는 사람이 곧 열성 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바로 중도층의 표심이다. 이들의 향방에 따라 보수와 진보의 승리가 결정된다. 이번 총선에서 중도층은 야당의 편에 섰다.

그 결과, 제22대 총선에서 여당은 ‘여소야대’ 지형을 깨는데 실패했다. 전체 300 의석 중 10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힘차게 추진하겠다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았다. 이로써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안이 바로 노동개혁이다.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윤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구조개혁은 멈출수 없다. 노동, 교육, 연금 3대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공무원 노동운동가 출신이자 보수 정치인의 길을 걷는 필자는 이러한 대통령의 뜻에 깊이 공감한다. 그동안 10여년 넘게 공공부문에서 노동운동을 전개하면서 ‘노동운동을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했고, 행동을 통해 국민에게 공감받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22대 국회에서의 노동개혁은 생각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민심은 야당의 손을 들어줬고, 야당에는 상당수의 노동계 출신 인물이 포진된 까닭이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노동계 출신은 총 16명으로 현 21대 국회보다 1명 늘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당선자는 8명,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자는 4명으로,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 출신이 모두 포진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 놀랍다. 야당의 ‘노동계 끌어안기’가 매우 전략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노조, 사무금융노조, 언론노조, 의료산업노조, 공공노조, 교사노조, 학교비정규직노조 등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공공영역을 모두 포섭했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와 대립각에 서있던 양경수 민주노총 집행부 출신도 당선됐다.

반면 여당 국민의힘에서는 단 3명에 그쳤으며, 그중 한명은 변호사 출신으로 실제 노동운동가는 2명뿐인 셈이다. 그중 초선은 여당의 뿌리와도 같은 대구지역 출신 노동운동가 한 명뿐이다.

노동계를 직능 분야별로 끌어안은 야당과 지역 기반으로만 노동계를 안은 여당을 객관적으로 보면 앞으로의 노동현안의 정국은 자연스럽게 야권이 주도하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보수 노동운동가로서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해선 중도 표심을 안기엔 역부족이다. 노동자 2500만명 시대, 다시 말해 국민 2명 중 1명은 노동자인 상황에서 여당의 노동분야 전략이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다. 그렇다고 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당으로서는 총선이 끝난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중도 민심을 되찾아 국정 동력을 회복시켜야 할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 사회 전반에 퍼진 다양한 갈등으로 인한 분열 등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되겠지만,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계파나 계층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예상하지 못했던 진보진영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기용설이 흘러나왔다.

대통령실은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런 보도가 나온 배경은 어쩌면 여당에서도 앞으로 당적을 떠나 초월적 인재 발굴을 통해 쇄신해야 한다는 분위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와 여당에게는 노동계와 손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절대 다수는 노동자다. 이 노동자들은 절대적으로 진보진영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할 필요도 있다.

특히 공공부문의 노동자들은 일반 국민들처럼 대다수가 중도층이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즉, 선거 승리 공식처럼 중도표심을 사로잡아야만 보수 진영에도 미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총선 결과를 받고 난 뒤 인적 쇄신에 나섰다. 이번 인적 쇄신의 핵심은 중도 민심의 회복을 이끌어 낼 최적임자를 발굴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노동 관련 정책을 주관하는 시민사회수석실을 크게 강화해야 한다.

보수성향의 노동자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노동자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를 발굴해 대통령을 보좌하며 노동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분야에 대한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윤석열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노동계 인물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한 만큼 변하고 또 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대노총뿐 아니라 중도 표심을 어루만질 인물이 필요하다. 그 최적화된 인물은 해외 트랜드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북유럽, 서유럽 선진국가에서는 노동운동을 민간분야가 아닌 공공분야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에게도 양대 노총과 공공부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필자는 노동분야의 새 인물이 등장해야한다고 생각해 10년 남은 공직을 퇴직하고 제22대 총선에 포항남.울릉 지역에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시면서 꿈을 접었다.

이후 총선이 모두 마무리 됐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참패 원인을 분석하고 오답노트를 작성하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분명 중도 민심은 여당의 손을 잡아 줄 것이다.

그 답은 노동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노동계를 아우를 수 있는 공공분야의 노동전문가가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이 개선돼야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고, 지방선거에서도 승전보를 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프레시안

▲ⓒ최병욱 전 국토교통부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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