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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산재보험, 건강보험과 분업·협업 추진해야…'상병수당' 제도화 필요"[헤경이 만난 사람-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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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업 강화…산재·고용보험과 함께 가야"

"60주년 산재보험, 사회보험 효시인 만큼 '중복' 많아"

"산재보험 실효성 높이려면 사각지대 해소, 사중손실 방지 필요"

헤럴드경제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목민정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우리 산재보험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사각지대 해소와 사중손실 방지 등 2가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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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우리 산재보험제도는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입니다. 중간이 없죠. 하지만 일본, 유럽은 ‘상병수당제도’라는 중간이 있어요. 아파서 일을 못해 벌이가 없어도 상병수당을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아야만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죠. 산재보험의 성격이 사회보험인지 손해보험인지 철학적으로 따져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길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사진)은 11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올해 6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 개혁의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박 이사장은 “산재보험이 다른 사회보험에 앞서 가장 먼저 시작되다보니 이후 도입된 보험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 사회보험 간 분업과 협업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질병에 대해 건강보험과 분업·협업을 추진하고,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휴업급여와 실업급여의 연계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하면 대부분은 ‘산재보험’만 떠올리는데, 그 명칭만 봐도 공단의 역할은 산재 뿐 아니라 고용보험 적용·징수 및 피보험자관리,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가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사업, 체불임금 지원사업, 생계비 융자, 신용보증, 직장어린이집 운영, 근로자 문화지원을 위한 근로자 휴양콘도, 근로자 문화예술제 등 총 14가지 사업을 수행하며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단이 수행하는 서비스를 산재·고용보험과 생활안정자금, 노후생활 보장, 복지사업 등 근로자복지로 구분해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지키는 공단의 소명과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1995년 산재보험 업무를 맡으면서 설립된 공단은 현재 준정부기관 중 두 번째로 큰(大) 기관이다. 산재·고용보험과 근로자 복지업무(퇴직연금, 임금채권, 생활안정자금 대부 등), 병원운영까지 다양한(多)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고객들에게 전문적이고 세심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업무처리의 어려움(難) 또한 상존해 있는 ‘대단한(大多難)’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울산혁신도시에 본부를 두고 전국에 7개 지역본부와 60개소의 지사 및 센터, 직영병원 11개소와 3개 의원, 3개 연구기관, 37개 어린이집 등 120여개 소속기관 1만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해 5월 이사장 취임 후 10개월 가량 지났다. 그간 성과가 궁금하다.

▶지난해 재해조사 자동화시스템(RPA)을 도입해 산재처리의 공정을 기하면서도 기한내 처리율을 10.1%포인트 향상시키고, 플랫폼 가입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화물차주 15만명을 산재보험으로 편입시킨 것이 가장 뿌듯한 성과다. 2022년 도입한 30인 이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퇴직연금기금제도 ‘푸른씨앗’이 적립금 6000억원, 작년 수익률 6.97%로 단기간 비약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자랑거리다.

―지난 3월 12일 ‘희망비전 2030’을 선포했다. 비전을 선포한 배경과 내용이 궁금하다.

▶‘일터에 안심, 생활에 안정, 일하는 모든 사람의 행복파트너’라는 새 비전을 제시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공단의 규모, 역할에 비해 국민 인지도가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희망비전 2030프로젝트’를 2개월 가량 가동, 그 결과를 바탕으로 비전을 수립했다. 공단은 10년 전보다 직원이 약 2배 늘었고, 고용보험 피보험자격관리, 일자리안정자금,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등 신규 사업도 추진했다. 그래서 공단이 수행하는 서비스를 산재·고용보험과 생활안정자금, 노후생활 보장, 복지사업 등 근로자복지로 구분해 공단의 소명과 정체성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산재·고용보험서비스로 적시·공정한 보상과 요양·재활을 통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도록 안심을 드리고, 근로자복지서비스로 노후, 생계, 보육, 여가지원을 통해 더 나은 삶으로 생활에 안정을 전달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산재보험은 올해 60주년을 맞이했다. 앞선 정부 감사 결과 개혁 과제들이 부각되기도 했는데.

▶산재보험은 1964년에 시작됐다. 시대상황이 많이 변화해 이를 반영한 전체적인 프레임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실효성을 높이려면 보험 사각지대 해소와 사중손실 방지가 이뤄져야 한다. 그간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자영업자, 노무제공자 등 N잡러들도 가입하는 등 직장가입자 기준으로 4대 사회보험 중 가장 많은 가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특고 직종은 제외되어 있고, 자영업자 등은 임의가입 형태라 이에 대한 적용확대가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럼 올해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새로 산재보험 보호를 받는 근로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작년 7월 전속성 요건 폐지로 관광통역안내사, 어린이통학버스기사, 건설현장 화물차주 등 화물차주가 산재보험 보호를 받게 됐고, 올해 1월부터는 새마을금고 및 신협 공제 모집인, 방과후강사가 추가 적용된다. 산재보험의 전속성 폐지와 적용대상 직종 확대를 통해 약 91만명의 노무제공자가 추가돼, 171만명이 산재보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무제공자 산재 승인건수도 2022년 8850명에서 지난해 1만1209명으로 2359명(26.7%) 늘었다.

―사중손실은 어떤 방법으로 막을 수 있나.

▶산재보험은 직장복귀 보다 요양을 지속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장기요양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아지고, 이는 재정투입은 많아지나 산재보험의 본래 효과는 달성되지 않는 과잉지원 즉 사중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산재환자의 직장복귀를 저해하는 요소나 산재보험 본질에 맞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는 등 사중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산재근로자에 대한 현금위주의 보상에서 벗어나 적절한 치료와 재활서비스를 통해 직업과 사회복귀로 이뤄지는 선순환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산재보험의 원래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사 이후 산재보험 ‘부정수급 근절 특별 TF’를 꾸렸다. 성과 중간보고를 해준다면.

▶이사장이 직접 단장을 맡고 7개 권역별 지역본부장이 팀장을 맡는 ‘부정수급 근절 특별 TF’를 구성해 무기한 가동하고 있으며, 부정수급 유형을 상병별, 지역별, 업종별로 분석·추출해 기획조사하고 검찰, 고용부 등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불법 브로커·사무장병원 등에 대해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부정수급 신고 활성화를 위해 공단 대표전화를 통한 신고와 함께 지역본부별로 신고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포상금 제도 및 부정수급 적발 사례에 대해 적극 홍보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보와 전수조사를 통해 사용자의 산재보험 가입 회피 등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공단 소속병원들이 최근 의사 집단행동 와중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공단은 일반병원 9개, 요양병원 2개 등 재활전문 병원 11곳, 외래재활센터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따라 급성기 치료 외에 재활 중심의 치료와 직업병예방·진단·치료도 병행하며, 최근엔 고령 산재환자가 많이 발생해 진폐 환자를 위해 설립한 병원들을 요양병원으로도 전환해 고령의 산재환자를 보호하는 기능도 고민하는 등 환경변화에 맞는 시의적절한 변화도 모색하고 있다. 태백병원은 고령화 사회에 따른 지역사회의 요양병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반면, 탄광산업이 사양화되면서 환자수는 감소해 유휴병상 55개를 요양병원으로 변경해 지난 2월 15일 개원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 중 하나다.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은.

▶공단은 2015년부터 ‘근로복지기금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기업(원청) 등의 ‘사내근로복지기금법인’이 협력업체 및 파견근로자의 복지비용을 지출한 경우 지출비용의 50% 내 지원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을 포함한 둘 이상의 기업이 ‘공동근로복지기금법인’을 설립해 출연한 경우 출연금액의 100% 내에서 지원하고 있다. ‘공동근로복지기금’ 중심의 지원확대로 최근 3년간(2021∼2023년) 전체 388개 근로복지기금의 중소기업, 대기업, 지자체 출연(지출)액 880억원에 622억원의 복지비용을 매칭 지원해 총 1502억원이 3610개 중소기업 근로자의 복지수준 향상에 사용되도록 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간 복지격차 완화에 힘쓰고 있다. 올해는 사업예산을 지난해 192억원에서 233억원으로 21.4% 늘려 지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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