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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6월 항쟁 도화선’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 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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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故 박정기씨와 민주화 운동 헌신

정치권·시민사회 등 각계 조문 행렬

헤럴드경제

17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에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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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18일 오전, 전날 별세한 고(故) 박종철 열사 어머니 정차순씨의 빈소는 따뜻했지만 고요했다. 이른 아침 시간 빈소를 찾은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대표는 없었지만, 유족들은 빈소를 찾은 이들을 챙기기도 했다.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유족에 따르면 정씨는 전날 오전 5시 20분께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정씨는 남편인 박정기 씨가 2018년 먼저 세상을 등진 후 부산 자택에서 홀로 지내다 건강이 악화해 2019년 이후 서울의 요양병원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 빈소에서 만난 박 열사의 형인 종부(66)씨는 “죽은 아들 이야기를 잘 안하셨던 어머니였다. 웃으시며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빈소 외부에 있는 기자들에게 “찾아줘 고맙다”라며 간식과 음료 등을 챙기기도 했다.

빈소 앞 복도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보낸 조화와 조기로 가득차 발 디딜틈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은 빈소에 전날 근조화환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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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인 정차순 씨의 빈소에 근조화환이 가득 놓여 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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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의 근조화환이 오전 8시께 도착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홍익표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 정치인과 윤희근 경찰청장, 문무일 전 검찰총장, 1987년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1987’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 등도 근조화환을 보냈다.

이외에도 이한열기념사업회, 시민사회단체엽대회의, 서울대학교 민주동문회, 민족문제연구소, 5·18 민주화운동서울기념사업회 등 민주 시민 사회계열의 조기도 있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권 지도부는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전날 오후에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강민정·이학영·이해식 의원, 김찬휘 녹색정의당 공동대표, 차규근 조국혁신당 당선인 등이 조문했다.

다만 윤희근 경찰청장은 조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에 다니던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 사건 관련 주요 수배자를 파악하려던 경찰에 강제 연행돼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문받다가 다음날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인을 단순 쇼크사로 위장하려 했다. 그러나 공안당국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국민적 공분이 커지면서 6·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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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 시절 경찰의 고문으로 숨져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고(故) 박종철 열사의 어머니 정차순씨가 1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1987년 2월7일 고문치사 사건을 추도하기 위해 열린 2·7 국민추도대회에 경찰의 저지로 참석하지 못한 정차순 씨와 누나 박은숙 씨가 부산 괴정동 사리암에서 열린 가족 불공에 앞서 울부짖으며 타종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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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박종철센터 센터장이 전날 빈소에서 취재진에게 공개한 ‘고(故) 정차순 여사의 어록 및 글’에 따르면 정씨는 박 열사 사망 후 “우리 철이 어디 갔나. 스물세 해 고이고이 키웠건만, 언제 온다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 철이 어디 갔나…”라고 말하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고인은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를 이끈 남편 박씨와 함께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2000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데도 이들의 노력이 컸다. 당시 그를 비롯한 유가협 회원들은 두 법의 통과를 위해 국회 앞에서 422일간 천막농성을 벌였다.

2018년 3월 20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은 요양원에 있던 남편 박씨를 찾아가 31년 만에 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박씨는 사과를 받은 지 4개월여 뒤인 2018년 7월 28일 부산의 한 요양원에서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발인은 19일 오전 8시로, 고인의 유해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후 모란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brunc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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