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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인적쇄신 하려해도 '인력난' 심각, 청문회 기피까지…인물 보다 '정책'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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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4·10 총선 이후 '인적 쇄신'…고심 거듭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 후임 인선 난제

급기야 야권 인사 영입설까지…'인재난' 방증

청문회 기피까지 겹쳐…'신상털이식'에 손사래

정쟁의 장이 된 청문회…제도 개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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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10 총선 이후 인적 쇄신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야권 인사 영입설까지 나오면서 정치권이 크게 술렁이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여권의 '인물난'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인사의 경우 인선이 더욱 어렵다는 토로도 나온다. '정책 능력'보다는 '신상털이'에 집중하는 과도한 청문회 관행이 오히려 정책적 역량을 지닌 인물의 공직 진출을 막는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17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장관 등 야권 인사 등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 총리는 박영선 전 장관, 새 비서실장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정무특임장관에는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즉각 부인한 것이다.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대통령실 역시 대외적으론 공식 부인했지만, 내부에선 검토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기류가 흐르면서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야권의 비판 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불만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안은 '해프닝'으로 그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권의 '인물난'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의 정치 경력이 짧은 점,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의 경우 '국정농단' 수사 등으로 다수 형사 처벌을 받아 등용이 어려운 점 등이 작용해 정부 출범부터 이러한 문제는 반복돼왔다. 여권 한 관계자는 "얼마나 인재풀이 없었으면 이쪽도, 중도도 아닌 저 멀리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가 거론되겠느냐"라고 밝혔다.

실제 대통령실은 총선 이후 사의를 표명한 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한 후임 인선에 고심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차기 총리 후보로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등이 오르내리고 비서실장 후보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호남에서 재선한 이정현 전 의원,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장제원 전 의원 등이 거론되지만 윤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매우 중요한 인사이고 중요한 조직 문제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결정할 일은 아니고 조금은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면서 판단해 보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총리 인선의 경우 인사청문회는 물론 국회 임명 동의까지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난제인 모습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권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낭설이라고 본다"며 사실상 선을 그었다. 인사 검증과 청문회 준비까지 감안하면 22대 국회로 공을 넘길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총리 인선이 보류된 가운데 쇄신을 위한 향후 추가 개각은 더욱 난망한 상황이다. 인재난과 함께 청문회에 부담을 느껴 고사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초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혹독한 검증 끝에 '아빠 찬스' 의혹 등이 불거져 낙마했다. 그 뒤 임명된 박순애 전 장관은 각종 의혹에 자진 사퇴를 했고, 50여 일 동안 수장 공백 사태를 거쳐 이주호 후보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 지명됐다. 이 후보자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 '재탕 인사'란 지적도 일었다. 당시 김대기 비서실장은 "지난번에 장관을 했고, 새로운 인물을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거의 다 고사했다"며 "청문회는 힘들고, 사회적 명성 있는 분도 많은데 지금처럼 (검증에서) 탈탈 털면 부담돼 가족들도 반대한다. 그래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의사 출신인 정호영 복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역시 자녀 의대 편입 과정 논란 등으로 자진사퇴한 데 이어 김승희 후보자 역시 각종 의혹으로 지명 39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후 두 달여 만에 조규홍 후보자(현 복지부 장관)이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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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이식', 정쟁의 장이 된 청문회…제도 개선 목소리

도덕적인 결격 사유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정부 부처 수장 공백이 장기화되고 인사 기피 현상까지 가중되면서 대안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청문회가 '신상털이식 망신주기'로 변질되고 정책적 역량을 갖춘 후보군을 대폭 줄인다는 시각이다. 국가적으로도 소모적인 '신상털이식 청문회' 보다는 저출생 등 민생과 경제라는 국가적 난제와 위기 극복의 '정책' 적임자 찾기로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여야 대립이 더욱 심해지면서 청문회가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정부는 임명을 강행하는 악순환도 반복되고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임명 강행은 문재인 정부에서 34명, 박근혜 정부 10명, 이명박 정부 17명 등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까지 24명이다

이에 따라 청문회에 있어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미국이다. 인사청문회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미국은 '윤리성 검증'과 '정책 역량 검증'으로 청문회를 이원화했다. 도덕성은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 능력과 자질은 공개해서 심사하는 식이다.

한국외대 한성민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도 필요하지만 결국 자질이나 정책적 부분의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상털이가 위주가 되는 현재의 청문회 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동국대 정용상 법과대학 명예교수 역시 "청문회를 상설화하고 도덕성 검증과 정책적 부분, 투 트랙으로 가보는 걸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그렇다고 자질 논란을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고 최소한의구체적인 검증 기준을 만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정부 역시 청문회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자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돼서 많은 분들이 고사를 하거나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21년 5월 취임 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우리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놓고 흠결만 따지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며 "무안주기식 청문회 제도로는 정말 좋은 인재들을 발탁할 수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제도 개선 실행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여야에 따라 청문회를 대하는 입장이 '수비'과 '공격'으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에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구분해 실시하고 공직윤리청문회의 경우 후보자가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계류 중이다.

정용상 교수는 "여야는 계속 뒤바뀌기 때문에 결국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루고, 공직 사회 문화를 바꾸고 시민들의 공감대도 이루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같은 청문회가 이뤄지려면 사전 검증을 더욱 세밀하게 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신원조회, 국세청(IRS)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를 거치는 등 사전에 엄격한 검증 절차를 밟는다. 아울러 후보자 신상과 관련한 200여 개 항목을 철저하게 조사한다. 정부 사전 검증 논란이 종종 불거지는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한성민 교수는 "대통령실이나 법무부에서 진행하는 사전 검증에 아쉬운 점은 많았다고 본다"며 "여야가 합의하는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는 대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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