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무기부품 공급망 봉쇄 노려
석유수출 차단은 유가 상승 부담
가디언 “이스라엘에 보복 말라는 것”
이스라엘-이란, 직접 대응 대신 설전
하지만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이란은 보복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해 중동의 전운(戰雲)은 여전히 짙게 깔려 있다. 이스라엘은 친이란 무장단체인 하마스, 헤즈볼라와 전투를 이어가며 피란민이 모여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습도 재개했다.
● 미·EU 이란 제재… 이스라엘 달래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 성명에서 “미국은 이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제조 프로그램 등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이란 국방부를 지원하는 기관에 대한 제재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이란의 군사적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심 부품의 공급을 막아 타격을 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서 “이란의 악의적 행동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과 파트너들도 곧 자체 제재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EU는 같은 날 27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참석하는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이란 제재 방식을 논의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일부 회원국들은 이란 제재의 확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특히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 민병대 등 친이란 무장세력으로 흘러들어가는 무기와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미국과 EU가 이처럼 신속하게 제재 카드를 꺼내 든 건 이란 압박용이라기보단 ‘이스라엘 달래기’가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영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에 전면전을 초래할 수 있는 군사 보복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란의 핵심 자금줄로 꼽히는 석유 수출 능력을 제한하는 제재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국제유가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 설전 이어가는 이스라엘과 이란
국제사회가 확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은 ‘험한 말’을 쏟아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북부 줄리스 군기지에서 이란이 발사했던 탄도미사일 잔해를 공개했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이란은 이스라엘 전역에 불의 고리(ring of fire)를 던졌다”며 “우리는 우리가 택한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구체적 대응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두고 이란을 불안하게 만들려는 일종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전시내각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우리의 대응을 계속해서 추측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란도 강경한 자세를 이어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15일 카타르 국왕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이익에 반하는 아주 사소한 조치라도 할 경우 고통스러운 대응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리 바게리 카니 외교차관도 “다음 공격은 12일이란 간격이 없다”고 했다. 13일 이란의 공습은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2일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16일 헤즈볼라 정예부대인 특수부대 라드완군을 공습했다. 군 측은 “로켓과 미사일을 관장하는 이스마일 유세프 바즈와 무함마드 샤후리 사령관 등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탱크가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하눈 지역으로 재진격했으며, 남부 라파 공습도 재개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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