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강경… 석유 수출 제한도 검토
EU는 주저… 긴장 고조·보복 염려
이란 시민들이 15일 테헤란 중심부 팔레스타인 광장에 모여 이틀 전 자국이 이스라엘에 가한 미사일·무인기(드론) 공격을 자축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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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이 대(對)이란 제재를 서두르고 있다. 공습당한 이스라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생각하는 수위와 범위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란을 지나치게 자극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EU의 염려다.
이란 석유 봉쇄? 유가 오를라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앞으로 며칠 안에 이란을 상대로 신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등 동맹·파트너들 및 의회 양당 지도부와 포괄적인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면서다.
같은 날 EU도 대이란 제재 논의에 착수했다. 27개국 외교장관이 이날 긴급 화상회의를 열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회원국이 기존 대이란 제재를 확대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EU는 회의에서 나온 제안을 구체화해 21일 외교이사회 회의 때 재논의할 예정이다.
일단 유력한 방안은 미사일·무인기(드론) 부품 반입 차단이다. 미국 재무부 당국자는 드론 같은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군사 부품에 이란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틀어막는 방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무기 부품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은 EU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거론됐다고 한다.
중동 내 대리 세력에 대한 이란의 무기 공급이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EU 회의에서 제기된 의견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쓰이는 드론을 러시아에 제공하는 것은 이미 서방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이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란 정예군인 이란혁명수비대(IRGC)에 직접 제재를 가하는 것도 EU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9년 미국이 한 것처럼 IRGC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는 게 EU와 영국은 아직 가능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16일 워싱턴 재무부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그룹 춘계 총회 계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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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돈줄을 끊는 것도 방법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워싱턴 춘계 총회 계기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 능력을 줄이려 애써 왔다”며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침 전날 미국 하원이 중국의 이란산 석유 구매를 제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걸림돌은 유가 상승 가능성이다.
혁명수비대 제재는 ‘레드라인’
서방의 잰걸음은 이스라엘의 반격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영국 가디언은 “동맹국들(미국·EU)이 대이란 경제 처벌 추진과 대이스라엘 확전 자제 촉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EU 회원국 모두가 단호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미국 주도 장기 제재에 독이 오른 이란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중동 긴장 수위가 더 고조되거나 거꾸로 이란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는 게 EU 일부 국가의 우려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IRGC 직접 제재는 외교 관계 단절로 이어질 공산이 큰 이란의 ‘레드라인(금지선)’에 가깝다.
사실상 서방과 적대 관계인 중국·러시아·이란·북한의 공조도 골칫거리다. 특히 이란·북한 간 무기 협력 개연성과 관련, 이날 미국 국방부·국무부 대변인이 심각한 걱정거리라는 취지의 한목소리를 냈다. 오랜 제재에 따른 이란의 내성, ‘신냉전’으로 인한 제재망 훼손도 한계로 지적된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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