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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밤에 출근할게요" "그러시죠"…AI반도체 스타트업, 인재총력전 [팩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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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AI 인재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빅테크, 대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급여·복지 수준은 낮지만, 미래 성장성과 자유로운 조직 문화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무슨 일이야



16일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국내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4개사 모두 전년 대비 직원 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퓨리오사AI의 직원 수는 135명(4월 기준)으로 전년(90명) 대비 50% 늘었다. 리벨리온도 같은 기간 40명(50%), 사피온은 27명(29%), 딥엑스 11명(23%) 늘었다. 타 분야 스타트업 상당수가 금리인상, 경기침체 여파 등으로 직원 수를 대폭 줄인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들이 채용한 인력 대부분은 AI 반도체 칩 설계 및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갖춘 석·박사급 인재다. 특히 국내 반도체·게임 업계 대기업과 애플·엔비디아·인텔 등 해외 빅테크 출신 경력직들이 합류한 사례가 많다.

지원자들도 몰리고 있다. 리벨리온이 올해 초 낸 30개 직무 모집 공고에는 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추가 채용도 이어진다. 퓨리오사AI는 매년 40~60명 신규 채용에 나설 계획이고, 딥엑스는 올해 40여명, 내년엔 100여명 채용 계획을 갖고 있다. 리벨리온도 올해 20명 이상 추가 채용한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이게 왜 중요해



국내외 할 것 없이 AI 인재 영입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들이 생성AI 분야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 원대 연봉 패키지나 주식 보상을 약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선 대기업 대표들이 직접 나섰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요 대학 AI 분야 석·박사 인재들을 초청해 회사를 소개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다음 달 직접 미국 서부 지역을 방문해 AI 인재 유치에 나서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KT도 지난 2월 AI 인재 확보를 위해 대규모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인재 모으는 법



스타트업들은 이미 클 데로 큰 빅테크·대기업에선 줄 수 없는 ‘당근’을 내세워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① 상장 노린 스톡옵션 ‘한 방’: 높은 상장 가능성은 AI반도체 스타트업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 직원들이 부여받은 스톡옵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퓨리오사AI의 경우 직원들에게 부여한 스톡옵션이 8만여주로 전체 주식 수(129만여주) 6% 이상이다. 시장에선 리벨리온·사피온·딥엑스도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직원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기업보다는 보상이 적은 편”이라며 “당장 급여가 줄어도 상장 후 보상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합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②“밤 출근도 OK” : 여타 스타트업보다 자유로운 조직문화도 강점이다. 임원급 아래 직원들은 직급이 없어 서로를 ‘님’으로 부르는 건 기본. 팀 리더가 있지만, 이들은 일반 기업 간부와 달리 팀간 업무 조율을 위한 최소한의 역할만 한다. 전체 인력의 80~90%가 독립적으로 일하는 개발 인력이라서다. 넥슨·엔씨소프트 등에서 14년간 일했던 퓨리오사AI 하재승 시니어 개발자가 2019년 이직할 때 “밤에 출근하겠다”는 조건을 내건 것은 업계 잘 알려진 일화. 하 개발자는 “게임사도 근무 시간이 자유로운데,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며 “밤을 새워서 일하든 재택근무를 하든 작업이 편한 시간대에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한 대기업에서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40대 직원은 “대기업에선 승진 라인에 끼지 못하면 의욕이 떨어졌다”며 “이직 후 젊은 직원들과도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③ AI 부스터로 J커브 성장: AI 분야로 벤처투자금이 몰리며 회사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강점이다.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거론되며 몸값이 뛰고 있다. 리벨리온은 지난 1월 165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기업가치 8800억원)했다. 퓨리오사AI와 사피온도 지난해 각각 6800억원,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16일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개발한 업스테이지가 1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퀄컴·애플에서 10년 근무하다 최근 이직한 한 엔지니어는 “그동안 쌓은 능력과 경험을 국내 반도체 시장 성장에 쓰고 싶어 합류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계를 이끄는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김녹원 딥엑스 대표, 류수정 사피온 대표. 중앙포토·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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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찾기 어려운 분야도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운 분야도 있다. AI모델을 AI반도체에서 구동되게 최적화하는 ‘컴파일링’ 분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컴파일링 관련 전공자가 많지 않아 업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편”이라며 “때문에 컴파일러 개발자는 해외에서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력 확보 경쟁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국내 AI분야에서 5년간(2023년~2027년) 인력 1만28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정결과를 공개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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