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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입주권·분양권 몸값 ‘쑥’…‘핫’한 곳은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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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치솟는데 차라리?


최근 실수요자 사이에서 분양권이나 입주권 거래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전에 공급된 아파트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분양권’이 청약 당첨자한테 해당 아파트를 분양받을 권리를 구매하는 개념이라면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으로부터 입주할 권리를 사들이는 것을 뜻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 매매 거래량은 1만1006건으로 직전 분기(지난해 10~12월) 9729건보다 13.1%(1277건) 늘었다.

지난해 2분기(1만3881건), 3분기(1만2124건)만 해도 전국 분양권·입주권 거래 규모는 1만건을 한참 웃돌았다. 이때만 해도 매달 4000건 이상 사고팔리던 시기다. 하지만 9월(3609건) 들어 거래량이 4000건 미만으로 떨어지더니 11월에는 3106건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12월부터 분양권·입주권 거래는 조금씩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올 1분기 거래량은 다시 1만1006건으로 회복했다.

매경이코노미

서울 동대문구 이문뉴타운3-1구역을 재개발하는 ‘이문아이파크자이’ 공사 현장. (윤관식 기자)


분양·입주권, 전국서 손바뀜 활발

“프리미엄 얹어도 분양가보다 저렴”

지역별로 서울에서는 1분기에만 69건의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이뤄졌는데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입주권 거래 비중이 높은 게 특징이다. 특히 강남구와 강동구에서 활발하게 거래됐다.

가장 인기 있던 아파트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둔촌주공아파트를 총 1만2032가구 규모 대단지로 재건축하는 이곳에서는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입주권 거래가 활발하다. 올 들어 총 9건의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모두 입주권이다. 지난해 말부터 분양권도 전매제한이 풀려 거래가 가능해지기는 했지만 ‘실거주 의무’ 규정이 있어 분양권이 팔리기 쉽지 않은 상태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지난 3월 12층, 9층 매물 2채가 각각 19억8363만원, 19억3455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3월, 같은 평형 매물이 16억9000만원 안팎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입주권 몸값이 3억원가량 올랐다.

이 밖에 강동구에서는 최근 입주를 시작했거나 입주를 앞둔 강일동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809가구)’, 길동 ‘강동헤리티지자이(1299가구)’, 천호동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999가구)’ 등의 분양권·입주권이 인기를 끌었다.

입주권 몸값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지난해 말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였다. 개포주공1단지를 총 6702가구 규모로 재건축한 이곳에서는 지난 3월 20평대인 전용 59㎡ 분양권이 21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이 아파트 최초 분양가가 평균 13억2000만원 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분양자는 8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앞서 1월에는 같은 아파트 전용 132㎡ 입주권이 49억원에 실거래되면서 서울 분양·입주권 매매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권에서도 입주를 앞둔 단지 분양권·입주권이 인기를 끌었다.

올 들어 분양권·입주권을 합쳐 총 6차례 거래된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SK뷰롯데캐슬(1055가구)’에서는 전용 59㎡ 분양권이 7억8970만원에 전매 계약서를 썼다. 분양가(7억6000만원 안팎) 대비 웃돈이 많이 붙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초 분양 당시에 고분양가 논란으로 시끌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제 가격 논란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문뉴타운에서는 내년 1월 준공하는 ‘래미안라그란데(3069가구)’ 전용 84㎡ 입주권 주인이 11억원(9층)에 바뀌었다. 같은 평형 일반분양 물량이 10억1000만~10억9900만원에 분양된 것을 감안하면 역시 큰 웃돈이 붙었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은 저층으로만 구성됐고, 조합원 입주권은 로열동·로열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1억원이 나쁜 가격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인근에서는 최근 분양한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84㎡ 입주권이 12억원 안팎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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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제일 싸다?

치솟는 분양가 대비 저렴하지만…

분양권·입주권 거래량이 다시 늘어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최근 청약 일정에 돌입하는 단지 분양가가 부쩍 높아진 탓에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787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1.99%, 1년 전인 지난해 2월에 비해서는 24.18%나 치솟았다.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 분양가(3.3㎡당 2564만3000원)도 같은 기간 20% 뛰었다. 전국 평균 분양가는 3.3㎡당 1773만9000원으로 13.5% 높아졌다. 그동안 분양가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가 급등했기 때문인데, 여전히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시장에서는 당분간 분양가가 도로 낮아질 거라는 기대도 낮은 상황이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리드는 “분양권은 분양 당시 청약 성적으로 어느 정도 수요가 검증됐거나 이미 공사가 상당 부분 완료돼 빠른 시일 내 입주 가능한 새 아파트를 찾는 분위기”라며 “전매제한이 대거 풀리면서 분양권 거래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진 영향이 더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분간 새 아파트 공급이 감소할 거라는 예고도 분양권·입주권 거래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 주택 공급 주요 지표인 입주·인허가·착공 실적 등이 지난해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누적 인허가 물량은 2만5567가구로 전년보다 40.2%나 줄었다. 당장 입주 가능한 물량도 많지 않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한 해 서울에서 입주할 아파트는 1만1422가구로 추산된다. 지난해 집들이를 한 3만2975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과거 분양한 단지를 다시 보자”는 인식이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당분간 공사비나 분양가가 내릴 가능성이 적어진 만큼 아까운 청약통장을 소진하지 않아도 되는 분양권·입주권이 인기를 끌 것”으로 봤다.

다만 무턱대고 사기 전에 따져볼 것은 따져봐야 한다. 둘 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라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인 데다 취득세와 양도세 등이 다르게 적용돼 투자 계획이 있다면 나에게 적합한 방식을 살펴보고 내집마련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특히 입주권의 경우, 만약 정비사업 진행 과정에서 추가분담금이 더 나온다면 조합원 입주권보다 일반분양 가격이 더 저렴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조합원 권리가액과 웃돈, 추가로 분담해야 하는 금액을 꼼꼼히 따져보고 입주권을 매입할지, 분양권을 매입할지, 청약에 도전할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5호 (2024.04.17~2024.04.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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