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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선거제 개혁

“22대 국회 전반기에 위성정당 방지법 등 선거제 개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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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선거구제·비례제’ 숙제 남긴 총선

민주·국힘 득표율 차이 5.4%P 불과

의석은 71석 차… “단순다수제의 맹점”

원내 다양성 막고 극단 대결정치 불러

‘준연동형’도 꼼수 위성정당에 무력화

22대 국회 선거구제 개편 논의 관측도

“당리당략 자유로운 전반기 추진해야”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제22대 총선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숙제를 남겼다. 2위 이하 후보들을 찍은 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되는 승자독식 구조의 소선거구제에서는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크고 원내 다양성 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이를 일부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준연동형마저 여야 꼼수 위성정당의 출현으로 무력화했다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거대 양당 극단정치 바꿔야…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16일 국회의사당 모습. 남정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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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율은 5.4%P차, 의석은 71석차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10 총선에서 전국 254개 지역구의 총투표수 2923만4129표는 민주당 1475만8083표(50.5%), 국민의힘 1317만9769표(45.1%)로 나뉘었다. 양당 득표율 차이는 5.4%포인트. 그러나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 국민의힘 90석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국민의힘 후보자들이 대구·경북(TK)과 서울 강남 3구 등 텃밭 지역에서는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반면 수도권 등 접전 지역에서는 석패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화 이후인 1988년 13대 총선 때 소선거구제로 환원한 이후 줄곧 나타났던 양상이다. 21대 총선 당시에는 253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49.9%,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이 41.5%를 득표했지만 의석수는 163석 대 84석으로 2배 가까운 차이가 났다. 전체 사표 비율은 43.73%나 됐다.

20대 총선에서는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당이 38.3%로 민주당(37.0%)보다 많은 표를 얻었지만, 확보한 지역구 의석수는 오히려 민주당(110석)이 새누리당(105석)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다수제가 가진 맹점”(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이자 “소선거구제의 구조적 요인”(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이라고 짚었다. 단 1표라도 더 받은 1위 후보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거대 여야에 유리하며, 상대 후보·정당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소선거구제의 최대 수혜자는 기호 1번과 기호 2번”이라며 “소선거구제는 제3, 제4, 제5당을 원내로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 된다”고 꼬집었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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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 왜곡한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의 맹점을 보완해 원내 다양성을 확보하고 소수자 목소리를 확대하자는 것이 비례대표제이다. 21대 때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은 정당 득표율에 비해 모자란 지역구 의석수를 비례 의석으로 채워주는 제도이다. 하지만 거대 여야는 이번에도 위성정당을 출범시켜 ‘다당제 실현’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일례로 이번 총선에서 24.25% 정당 득표율로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여야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산술적으로 31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정당 득표율에 버금가는 의석을 지역구에서 이미 확보하는 만큼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조국혁신당은 비례 의석을 더 배분받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당 득표율 3.61%로 비례 2석을 챙긴 개혁신당 역시 위성정당이 없다면 5석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당이 시민사회, 소수정당과 연합해 비례정당을 만들면서 다당제로 가는 모습이 일부 나타났다”면서도 “후보 선출 과정이 너무 짧았고 정책 연합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형적 모습이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지난 10일 논현1동 제3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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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의석 확대해야”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소선거구제의 ‘뜨거운 맛’을 본 만큼 22대 국회에서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가 소선거구제의 대안으로 종종 거론된다. 선거구 규모를 키워 여러 명의 당선자를 낸다면 사표 방지와 지역주의 해소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김형철 교수는 “(다수제와 비례제가 결합된) 혼합형이 아니라 비례 의석을 아예 줄이고 중대선거구로 가면 비례성·대표성·다원성이 위축되고 약화할 것”이라며 “그것은 선거제 개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관옥 소장도 “주요 정당들이 한 선거구에 다수를 공천하는 과정에서 계파 정치가 심해지고 기성 정당의 세만 불릴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1990년대 중반 파벌·금권 정치 폐해가 커지면서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구제로 전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위성정당 금지법’ 도입과 ‘비례의석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관옥 소장은 “비례 의석을 늘리고 지역구를 줄여야 양당 간 적대적 카르텔도 약화하고 한국 정당정치도 다양화, 민주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병근 교수는 “국민의 지지만큼 의석을 차지한다는 순리를 따르려면 비례 의석 확대가 답”이라며 “22대 국회에서는 당리당략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전반기에 선거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태영·최우석·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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