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수술 못 받아 환자 사망”…‘이 나라’도 한 달 넘게 의사 파업, 왜? [세모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사실상 의료 체제 마비된 케냐

파업 장기화에 환자들만 고통

의사 “처우 개선” vs 정부 “돈 없다”

헤럴드경제

지난 2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의 마타레 정착촌에서 공공병원 의사들이 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케냐타 국립병원 내부가 비어있다. [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병원 서비스가 없어 고통스럽습니다. 아기가 고통 받고 있는데 약도 없습니다.”

루시 브라이트 음부구아(26)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방송 BBC에 3달 전 10개월된 아기가 병원에 입원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음부구아 자녀가 치료 받고 있는 케냐타 국립병원은 얼마 전 파업에 참여한 의사 100명을 해고해 의사 수가 대거 줄었다.

병원에 의사가 줄면서 치료 횟수가 줄었지만 위급 상황인 아기를 위해 음부구아 가족은 일주일에 2번씩 병원을 찾는다. 200㎞ 떨어진 곳에 사는 그들은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해 외래환자 센터에서 밤을 세운다고 BBC는 보도했다.

음부구아는 파업에 동참한 의사와 정부를 향해 “왜 협상을 못하는가”라며 “우리들은 정말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BBC는 해당 발언을 “많은 케냐 시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처우 개선” vs “줄 돈 없다” 입장 팽팽
헤럴드경제

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의사들과 의료 종사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케냐 정부는 의사 단체에 매달 540달러(약 75만원)을 제시했지만 의사연명 측은 월 2배 이상인 1600달러(약 222만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P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사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케냐의 의료 체계는 사실상 붕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전국적인 파업으로 의료진이 부족해 치료를 거부 당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케냐 정부는 의사들과 협상에 나섰지만 의료인 처우 개선에 합의점을 찾지 못해 상황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AP통신과 BBC에 따르면 케냐의 의사들은 근무환경 개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중순부터 전국적인 파업에 나섰다. 케냐 정부는 의사 단체에 매달 540달러(약 75만원)을 제시했지만 의사연명 측은 월 2배 이상인 1600달러(약 222만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지난 7일 파업 중인 의사들에게 지급할 돈이 없다며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돈을 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케냐 의사들의 집단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케냐 의사 수는 인구 만 명당 한 명 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3.7명)보다 매우 낮은 편이다. 급여도 경찰 등 다른 공무원에 비해 낮아 케냐 의사들은 2017년, 2020년 두 차례 전국적인 파업에 나선 바 있다.

다브지 빔지 케냐의사연맹(KMPDU) 사무총장은 “파업이 야기하는 문제를 알고 있다”면서도 “근무 조건과 장비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중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파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케냐 임상관리자연맹 회장 피터슨 와치라는 “정부는 싸움 없이는 아무 것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파업 장기화에 환자들만 고통 “병원 텅 비어”
헤럴드경제

9일(현지시간)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의사들과 의료 종사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케냐 정부는 의사 단체에 매달 540달러(약 75만원)을 제시했지만 의사연명 측은 월 2배 이상인 1600달러(약 222만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BBC는 “공립병원은 사실상 텅 비었고 환자들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고 개인병원을 가거나 치료를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또 치료를 거부 당해 사망한 환자를 소개하며 “의료인에 의존했던 사람들은 (의사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지만, 이제 동정심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BBC에 따르면 케냐 서부에서 나이로비에 있는 병원이 분만 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거부해 뱃속 아기가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케냐 시민들은 이번 파업이 ‘제 2의 2017년 의사 파업’이 될까 우려하고 있다. 케냐 국공립병원 의사 5000명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작한 2017년 파업은 100일 가량 이어지며 전국적인 의료 대란이 발생했다. 당시 의료 대란으로 탄자니아 등 이웃 국가들이 케냐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케냐 정부도 의사를 해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해결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8일 케냐 공립병원인 케냐타대학병원 경영진은 “파업에 참여한 의사 100명을 해고하고 새 의사를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의사 단체는 케냐 정부에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고 강력 비난했다.

binna@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