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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광화문에서/김지현]이재명의 승리 뒤 감출 수 없는 나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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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지현 정치부 차장


175석 대승을 거둔 이재명 대표는 어쩌면 지난 공천 과정에서의 ‘비명횡사’와 ‘탈당 릴레이’에 대해 “거봐라, 내가 맞았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재명의 승리가 아니었다. 집권여당의 참패였을 뿐이다.

정부 임기 3년 차에 치러지는 중간 심판 성격의 선거 구조상, 이번 총선은 애초 야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야당은 ‘금 사과값’도, ‘의료 대란’도, ‘대파 논란’도 모두 정부·여당 탓을 하면 된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탓만 할 수는 없다. 이미 권력을 손에 쥐고도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못했다”, “야당이 우리보다 더 나쁜 놈들이다”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무능을 인정하는 것밖에 안 된다.

‘원톱’으로 선거를 이끌면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만 내세웠던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 아마추어’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다. 대선에서 표를 줬건만, 지난 2년간 못해놓고 또다시 자신들을 대신해 이재명과 조국을 심판해 달라니 얼마나 무책임한가. 결국 무능한 윤석열과 어설픈 한동훈의 합작에 따른 참패다.

이재명의 패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서울 동작을’ 패배다. 4선 중진 출신인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와 경찰 출신 정치 신인 민주당 류삼영 후보가 맞붙었던 동작을에 이 대표는 직접 찾아간 것만 8번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사실상 ‘나경원 vs 이재명’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결국 진 거다. 이 대표가 나 후보를 ‘나베’(나경원+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합성어)라고 불러 여성 비하 막말 논란을 일으킨 것이 결정적 패배 요인이었다. 나 후보는 이 발언 직후 “내가 마지막 방파제이고 최후의 전선”이라며 호소 전략에 나섰고, 이겼다.

서울 도봉갑과 마포갑 등 전혀 예상도 못 하다 뺏긴 지역들도 있다. 도봉갑은 2008년 한 번을 제외하면 1988년 이래 민주당 계열이 지켜온 텃밭이다. 마포갑도 노웅래 의원 부자가 20년간 터를 닦아온 곳이다. 그런 도봉갑엔 ‘차은우보다 이재명’을 외쳤던 안귀령 후보를 공천해 국민의힘 김재섭 후보에게 패했고, 마포갑에는 ‘이재명표 영입인재’인 이지은 후보를 공천했다가 더불어시민당 출신 국민의힘 조정훈 후보에게 졌다.

2012년 민주통합당 시절부터 민주당이 지켜온 경기 화성을에서 패배한 것도 결국 이 대표의 공천 실패다. 이 대표와 개인적 친분이 상당하다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는 ‘아빠 찬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더니 결국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에게 졌다. 3자 구도 선거에서 제3지대 후보의 깜짝 역전극이 성공했다는 건 그만큼 민주당이 공천을 못했고, 선거운동을 망쳤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비명(비이재명)계 박용진 의원은 총선 한 달 전인 3월 13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 대표는 ‘내 선택이 맞았다’라고 할 수 있다”는 말에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좋은 결과가 반드시 나쁜 과정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쁜 과정에 대한 기억은 따로다. 과정에 대한 평가는 따로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지고도 당의 후보였던 이재명에 대한 평가나 반성은 하지 않았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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