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벨기에대사관, EU 경제현안 간담회…공급망실사지침도 '주의보'
주벨기에대사관, EU 경제현안 간담회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세계 최초로 마련된 유럽연합(EU) 인공지능법(AI)이 시행되면 AI 기술을 탑재한 다수 한국 기업이 '과징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주벨기에·EU 대사관의 정재욱 과학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대사관 주최 'EU 경제현안 간담회'에서 "EU AI법은 AI 시스템 '제공자'뿐 아니라, AI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배포자'들도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정 과학관은 "특히 한국 기업은 거의 다 적용된다고 보면 되며 AI 시스템이 탑재된 전자기기나 자동차 제조사 등은 전부 해당한다"며 "제품 기획·개발 단계부터 앞으로는 AI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U가 세계 최초로 마련한 AI법은 기본법 성격을 가진 포괄적 규제다. 현재 입법 절차가 거의 마무리돼 내달 중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최종 승인을 거쳐 발효될 예정이다.
AI법은 고위험 등급을 포함해 AI 활용 위험도를 크게 네 단계로 나눠 차등 규제한다. 챗GPT 등 생성형 AI 등장으로 범용 AI 규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일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시간 원격 생체정보 인식, 안면인식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EU 전역에서 원천적으로 금지되는 AI 유형도 명시하고 있다.
전면 시행은 발효 24개월 뒤여서 2026년께부터지만 금지 대상 AI 관련 규정은 발효 이후 6개월, 범용 AI 규제 적용은 1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우선 시행된다.
위반 시에는 최대 전 세계 매출액의 7%가 과징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 법 집행을 총괄할 'AI 오피스'가 EU 집행위 연결총국 산하에 100여명 규모로 들어서는 등 강력한 규제가 예상된다.
정 과학관은 "EU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 등이 시행되자마자 주요 대기업을 대상으로 잇달아 조사하고 있듯, AI법 역시 시행되자마자 우리 기업 등을 대상으로 여러 의무가 부과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벨기에·룩셈부르크에 진출한 한국 경제인을 대상으로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EU가 추진 중인 주요 법안과 6월 유럽의회 선거 동향 등이 소개됐다.
이날 참석자 일부는 입법 막바지인 '공급망실사지침'(CSDDD)을 우려하기도 했다.
최세나 상무관은 CSDDD 시행 확정 시 "역외 기업의 경우 적용 기준이 EU 역내 순 매출 4억5천만 유로(약 6천640억원) 이상이어서 사실상 한국의 수많은 대기업이 실사 의무를 갖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SDDD는 27개 회원국에 부여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격이어서 실제 시행 시 회원국에 따라 더 엄격하게 국내법을 제정할 수도 있다"며 입법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SDDD는 기업이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강제노동이나 삼림벌채 등 인권과 환경 피해를 방지하고 문제 해결 의무를 부여하는 법으로, 규정 위반 시 과징금 상한을 전 세계 연 매출액의 최소 5% 이상으로 정하도록 했다.
입법 과정에서 EU 내부적으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진통을 겪다가 지난달 27개국 대사급 회의에서 잠정 승인됐다.
유럽의회 및 이사회 각각의 최종 승인 절차가 이뤄지면 각국 국내법 제정 기간을 거쳐 2027년께부터 본격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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