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당선자도 3분의 2가 영남
"비대위 꾸리고 전대" 윤곽 잡아도
영남 주도권에 수도권 중심 우려 확산
윤재옥(왼쪽에서 다섯 번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4선 이상 국회의원 당선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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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지역적 의석 분포를 보면 '영남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괜한 말이 아니다. 4년 전 총선에 이어 인구 과반이 밀집한 수도권과 충청권을 잇따라 더불어민주당에 내주면서 이런 양상이 굳어지고 있다. 민심과 멀어지면 정권 재창출도 어렵지만 정작 당의 향후 진로를 결정할 키는 영남권 의원들이 쥐고 있다. 또다시 비상대책위를 꾸려 새 리더십을 세우겠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이런 분위기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총선 패배 논의한 4선 간담회 절반 이상이 영남
15일 총선 패배 이후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4선 이상 중진 당선자' 간담회 참석자는 절반 이상이 영남권이었다. 참석 대상자 18명 중 간담회를 주재한 윤재옥(대구 달서을) 원내대표를 비롯해 10명(55.6%)이다. 패배 원인 분석과 당 쇄신 방향, 향후 지도 체제 구성 방식과 전당대회 시점, 각종 특검법안에 대한 대응 등 민감한 현안이 선거 패배 이후 처음 테이블 위에 올랐지만 뚜렷한 결론은 없었다. 윤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총선 패인과 관련해 "적절한 시기에 원인 분석을 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수도권 출신의 안철수(경기 성남분당갑) 의원은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비대위를 만들고, 그다음 전당대회를 통해 제대로 된 지도부를 뽑자는 것이 하나의 결론"이라고 전했지만, 대략적인 윤곽에 불과했다.
16일 한자리에 모일 국민의힘 당선자들 비중 역시 영남이 압도적이다. 지역구 당선자 90명 중 영남권 비중이 65.6%(59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국회의원 의석 수에서 영남권 의석이 차지하는 비중인 25.5%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영남권 비중은 4년 전(61.5%)보다도 높아졌다. 앞으로도 영남권 중심의 당 운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영남권 당선자들은 친윤석열(친윤)계가 주를 이룬다. 총선 패인 중 하나인 '수직적 당정관계'의 탈피도 그만큼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22대 총선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 지역별 숫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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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졌지만 의석 늘고 득표율 격차 줄어"...수도권과 온도 차
부산·울산·경남(PK) 지역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수도권과 중도 민심을 잘 반영하는 당 운영이 중요한 것이지, 출신 지역구로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같은 논리라면 민주당도 호남 지역구 의원은 주요 당직은 맡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영남권 의원은 주로 접하는 지역구 주민 중 보수 지지층 비중이 높아 수도권 민심에 민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재선에 성공한 박수영(부산 남구)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참패는 했지만 (4년 전 총선보다) 의석은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4년 전 8.5%포인트에서) 5.4%포인트로 줄었다"며 "싹 바꾸기보다는 의정 활동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부터 인적쇄신을 공언하고 당 내부에서도 전면 쇄신론이 분출하기 시작했지만, 되레 현상 유지에 가까운 주장을 편 것이다. "영남과 수도권 의원들 간 인식 차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도권 당선자들은 속이 탄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여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승리한 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자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과 영남의 민심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면서 "영남이 다시 한번 주류가 되면 우리가 쇄신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영남에 계신 분들의 생각이 반영된 형태로 당의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이민석 인턴 기자 minseok10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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