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받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첨단 패키징과 연구개발(R&D) 시설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운영 중인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대만 TSMC, 미국 인텔과 미국 본토에서 정면승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반도체 생산 지원금으로 삼성전자에 최대 64억달러(약 8조9000억원)를 제공하는 예비조건각서(PMT)에 서명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가 향후 몇 년간 400억달러(약 55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에 투자하기로 했던 170억달러를 2배 이상 웃돈다. 미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테일러 공장에는 4㎚(나노미터)와 2㎚ 공정을 위한 첨단 파운드리 팹(반도체 생산시설) 2곳과 첨단기술 R&D를 위한 R&D 팹, 3D 고대역폭메모리(HBM)와 2.5D 패키징을 위한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짓는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삼성이 텍사스에서 생산할 반도체는 AI부터 고성능 컴퓨팅, 5G 통신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기술의 중요한 구성요소"라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대표이사는 "AI 칩과 같은 미래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공정이 적용된 팹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발판으로 현지 생산 체제를 강화해 AI 반도체 수요가 많은 빅테크 기업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 선두 주자인 TSMC,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인텔과 미국에서 정면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확정받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 3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1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첫 번째 분수령은 지난해 3분기까지 이어졌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한 협상이었다. 미국 정부에서 생산 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 있는 생산 시설에 투자를 제한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기나긴 협상 끝에 지난해 9월 가드레일 조항은 웨이퍼 투입량을 기준으로 10년간 5%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장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확정됐다.
삼성전자는 보조금 규모와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협상에 나서야 했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 39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실제 기업들이 미국에 요청한 보조금은 이를 훨씬 웃도는 700억달러 이상이었다. 신청이 몰리자 개별 기업에 돌아갈 몫이 줄어들었다.
업계에선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격전지인 애리조나와 오하이오를 우선 챙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삼성전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인 애리조나·오하이오에 TSMC와 인텔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반면, 삼성전자는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텍사스에 공장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만족할 만한 수준의 보조금 지급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우려도 불식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직접 보조금 외에도 자본 지출의 최대 25%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도 신청할 예정이다.
[최승진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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