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부 공백 석달…대행 체제서 리더십 발휘 어려워
'수사 지연' 비판받은 데 이어 국회선 채상병 특검 논의
공수처 뒤로하는 김진욱 처장 |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4·10 총선의 후폭풍이 커지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지부진한 후임 처장 인선이 더 늦어질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석 달째 수장 공백 상태인 공수처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등 주요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동안 국회에서는 특별검사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총선 이후 국민의힘 안팎에서 분출하는 국정운영 기조 변화·인적 쇄신 요구가 차기 처장 인선 작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인적 쇄신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은 공수처장 후임 인선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 공수처 내부의 우려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 29일 판사 출신인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를 최종 후보 2인으로 추천했지만 6주 넘게 대통령의 지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총선 이후엔 처장이 지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왔다.
공수처는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각각 지난 1월 20일, 1월 28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뒤 거의 석 달째 지휘부 공백 상태다.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가 없는 탓에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등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사건의 수사 속도에도 좀처럼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처·차장 퇴임 이후 김선규 수사1부 부장검사와 송창진 수사2부 부장검사가 번갈아 처장 대행을 맡긴 했으나, 직급이 같은 다른 부장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만큼 사실상 각 부서가 '부장 책임제'로 운영돼 왔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전언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공수처장 추천위가 여덟 차례나 회의해 두 명을 겨우 추천했는데 왜 아직도 지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채상병 사건 수사가 늦다고 질책만 할 게 아니라 기관이 돌아가게 하려면 하루빨리 처장을 지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총선에서의 야권 압승을 바탕으로 채상병 사건 특별검사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점도 공수처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채상병 사건 특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이면에는 현재 공수처 수사에 기대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깔렸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으나, 공수처는 아직 주요 피의자들을 조사하지도 못했다. 이 전 장관이 주호주 대사로 지명된 뒤 불러 4시간 동안 약식 조사한 게 전부다.
이런 점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금지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여권이 공수처의 '늑장 수사'를 비판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채상병 특검 도입이 현실화하면 고발 7개월이 넘도록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 공수처도 일정 부분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독립적인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존재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채 특검에 사건을 넘겨주는 꼴이란 지적도 있다.
momen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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