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비트코인 '횡재' 엘살바도르, 마지막까지 웃을까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억 원을 넘나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시 코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애초 0.003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이 어떻게 우리 돈 1억 원까지 폭등할 수 있었던 건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시장에 주의해 볼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비트코인의 성장 과정을 황정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도움 없이 블록체인 방식으로 거래되는 디지털 통화입니다. 거래 기록이 담긴 블록들이 암호화돼 연결돼 있고, 이 블록체인이 모든 거래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분산저장되기 때문에 참여자 컴퓨터 전체가 해킹되지 않는 이상 조작이나 위조가 불가능합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제도권 화폐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 가운데 대안적인 통화 수단으로 탄생한 겁니다.
<모셰 코언 /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2014년 인터뷰中)> "비트코인은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화폐임이 분명합니다. 향후 개발이 더 필요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주류 화폐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공급량이 2천100만개로 한정된 비트코인은 애초 블록을 생성하는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졌지만 이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전력 소비도 많아 지금은 거래소를 이용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대다수입니다.
<벤 레이들러 / 이토로(eToro) 글로벌 시장 전략가> "향후 1~2년 내에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또 하나의 큰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체가 없는 자산인 만큼 한순간에 급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여전합니다.
가상자산의 합법성을 인정한 119개국 중 62개국만이 관련 규제를 제정한 상태여서 투자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광빈 기자]
가상화폐 시장이 2월부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젊은 층 사이에선 또다시 '광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사기에서 특수강도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4년 전 이런 상승장 이후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보았던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유아 기자입니다.
[기자]
실제로 네이버 '검색어트렌드'를 살펴보면 지난달 초 비트코인은 최대치 100에 가까운 96을 기록, 광풍이 불었던 2021년 상반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본인만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포모(FOMO) 현상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심리를 이용한 범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 뒤 돌려주지 않거나, 거래소에 상장하자마자 폭등하는 이른바 '상장빔'을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모아 잠적하는 등 사기가 전형적입니다.
<진은자 / 코인 'KOK' 다단계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지난 5일)> "KOK 모집책들은 업체 이름을 바꿔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기꾼의 입건과 동시에 범죄수익부터 몰수조치 해야 한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코인을 시세보다 싸게 팔겠다"며 투자자를 유인한 뒤 현금 1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20대 무리가 붙잡혀 특수강도 혐의로 넘겨지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범죄뿐만 아니라, 체계가 부족한 탓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마자 관련 업계가 무너지면서 피해본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2021년 코인시장 폭등세가 반전된 직후 미국 대형 거래소 FTX가 파산하고, 코인 헤지펀드 스리애로스가 1조원에 가까운 채무이행에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또 투자자 사이 인기가 높았던 코인들이 몇 년 뒤엔 거래소에서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유아 기자> "돌풍이 시장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인 2022년부터 살펴보면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10여개 종목이 거래지원 종료됐는데, 여기에는 한때 거래량 상위를 지켰던 종목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같은 기간 약 50개 종목이 상장됐는데, 일부 종목은 별다른 이유 없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거래지원 종료된 코인들의 차트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밈(meme) 코인들은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 경우들이 드물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규모 투자 손실로 연결될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굉장히 높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또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은 투자자도 지난 3년 간 적지 않았던 만큼 대출받아 투자하는 '빚투'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코인 #가상화폐 #사기
[진행자 코너]
비트코인 가격의 무서운 상승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중미 엘살바도르가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범죄율이 높은 국가이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국 중 하나인데요.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 주요국들은 해외 토픽감 정도로 여기는 분위였습니다. 이후 엘살바도르는 지금까지 1억2천1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664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정은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으로 유명한 부켈레 대통령이 밀어붙였는데요.
부켈레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은 지난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국가에 손해를 끼쳤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손실이 60%에 달하기도 했는데요.
대외적으로도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상화폐에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치솟으면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엘살바도르는 투자 손실을 메웠을 뿐만 아니라 수익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로 알려진 팀 드레이퍼 회장이 엘살바도르에 대해 "비트코인을 도입한 덕분으로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폭락과 급등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엘살바도르의 선택은 여전히 '도박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에 비트코인이 달갑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많은 전력량이 필요한데요. 애초 비트코인 채굴장이 많았던 중국 등 여러 국가는 단속을 강화하는 경향입니다. 전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전기 요금이 매우 싸고, 규제가 느슨해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몰렸었는데요.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를 노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정책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장을 유치하려는 국가도 있습니다.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인구 80만명 남짓의 작은 나라 부탄인데요. 부탄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 외화 수입원이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자, 비트코인 채굴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풍부한 수력발전 자원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채굴장이 많은 다른 국가들에선 대체로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채굴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광빈 기자]
가상자산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시장의 '큰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 관리에 소극적이었는데요. 오는 7월 비로소 가상자산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박지운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26개 마켓에서 거래된 가상자산 규모는 일평균 3조 원에 달했습니다.
가상자산 실이용자는 무려 606만 명,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가상자산 거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준현 / 경기 성남시> "(혹시 가상자산, 코인 투자해보셨어요?) 아, 네. (아, 해보셨어요?) 네. (어떤 거에 투자해보셨을까요?) 알트코인처럼 뭣 모르고 오른다고 하길래 따라 샀는데…"
<최윤수 / 서울 종로구>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이 하긴 해요. 친구들이 같이 모임 하면서 같이 투자하고 그러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 밖에 놓여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범죄가 판치는 무법지대로 변질됐습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관리 권한이 없는 금융당국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운 기자> "대형 사건·사고들을 겪으며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입니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용자의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감독국과 조사국을 출범해 관련 업무를 본격 가동했습니다.
업계에도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지난 2월)> "법 시행 전까지 조직, 시스템, 내부통제체계 등 제반사항을 완벽히 갖춰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만약 법 시행 이후 위법사례가 발견되는 경우 감독당국은 중점검사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예정입니다."
거래소들은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상거래를 발견하는 즉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겁니다.하지만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시급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1단계 법'입니다.
2단계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진 일부 규제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 교란 행위 등을 막으려는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전문가들은 2단계 입법에는 공시 의무화, 자율규제 기구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황석진 /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발행인하고 거래소하고 투자자 사이에는 정보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비대칭합니다. 그런 부분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무 공시가 필요하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이 지금 거의 없어요. 정확하게 역할을 구분을 해줘야죠."
나아가 규제 공백이 이어지는 동안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 '일확천금' 같은 말에 현혹돼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기술이 접목된 코인인지 등을 살펴보고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비트코인이 오는 21일 4차 반감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전 세 차례 반감기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던 점에 비춰 시장은 이번에도 오를 것인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는 이미 지난 2월, 비트코인이 오는 2030년까지 우리 돈으로 3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위기에 대한 경계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영국의 비트코인 펀드가 95% 폭락하면서 나타났던 마진 콜, 증거금 부족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죠. 마진콜이 발생하면 그 영향이 다른 자산 시장으로까지 번지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가격 급등락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가장 취약점으로 꼽힙니다. 분명한 것은 전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의 확산이라는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을 취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제도권으로 편입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규제로 가닥을 잡고 있죠.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선진국의 행보를 따를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상화폐의 근본적인 우려점인 안정성 확보가 관건일 겁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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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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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억 원을 넘나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다시 코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애초 0.003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이 어떻게 우리 돈 1억 원까지 폭등할 수 있었던 건지,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 시장에 주의해 볼 점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비트코인의 성장 과정을 황정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프로그래머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도움 없이 블록체인 방식으로 거래되는 디지털 통화입니다. 거래 기록이 담긴 블록들이 암호화돼 연결돼 있고, 이 블록체인이 모든 거래 참여자들의 컴퓨터에 분산저장되기 때문에 참여자 컴퓨터 전체가 해킹되지 않는 이상 조작이나 위조가 불가능합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제도권 화폐에 대한 불신이 확산한 가운데 대안적인 통화 수단으로 탄생한 겁니다.
<모셰 코언 /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2014년 인터뷰中)> "비트코인은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화폐임이 분명합니다. 향후 개발이 더 필요하지만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주류 화폐로)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공급량이 2천100만개로 한정된 비트코인은 애초 블록을 생성하는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졌지만 이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전력 소비도 많아 지금은 거래소를 이용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대다수입니다.
비트코인이 처음 화폐로 사용된 건 2010년,당시 30달러 상당의 피자 2판을 1만 비트코인과 교환하는 거래가 이뤄졌는데 환산하면 개당 0.003달러에 불과합니다.이듬해에는 개당 1달러를 돌파했는데 지난달 7만 달러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약 7만 배 폭등한 겁니다.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현물 상장지수펀드 ETF를 통해 자금이 유입되면서 한때 귀금속인 은을 추월하기도 했습니다.등락을 거듭해왔지만 안전성과 익명성,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기대감 덕분에 빠른 속도로 몸집이 불어났습니다.
<벤 레이들러 / 이토로(eToro) 글로벌 시장 전략가> "향후 1~2년 내에 전 세계 중앙은행에서 금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을 보유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또 하나의 큰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실체가 없는 자산인 만큼 한순간에 급락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여전합니다.
가상자산의 합법성을 인정한 119개국 중 62개국만이 관련 규제를 제정한 상태여서 투자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연합뉴스TV 황정현입니다
[이광빈 기자]
가상화폐 시장이 2월부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젊은 층 사이에선 또다시 '광풍'이 불고 있는데요. 이를 이용해 사기에서 특수강도 범죄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4년 전 이런 상승장 이후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보았던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유아 기자입니다.
[기자]
'토탈 6천만원, 봄날이 따스하다', '수익 2억5천만원 넘었다'…. 2021년 이후 또다시 가상화폐, 코인 시장이 폭등하면서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른바 '수익인증' 게시글들입니다. 동시엔 '부럽다', '나는 아사 직전'이라며, 본인도 막 시작했다는 '코린이' 인증 게시글도 적지 않게 눈에 띕니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어트렌드'를 살펴보면 지난달 초 비트코인은 최대치 100에 가까운 96을 기록, 광풍이 불었던 2021년 상반기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본인만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포모(FOMO) 현상 때문으로 보고 있는데, 이런 심리를 이용한 범죄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은 뒤 돌려주지 않거나, 거래소에 상장하자마자 폭등하는 이른바 '상장빔'을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모아 잠적하는 등 사기가 전형적입니다.
<진은자 / 코인 'KOK' 다단계 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지난 5일)> "KOK 모집책들은 업체 이름을 바꿔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기꾼의 입건과 동시에 범죄수익부터 몰수조치 해야 한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코인을 시세보다 싸게 팔겠다"며 투자자를 유인한 뒤 현금 1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20대 무리가 붙잡혀 특수강도 혐의로 넘겨지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범죄뿐만 아니라, 체계가 부족한 탓에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자마자 관련 업계가 무너지면서 피해본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2021년 코인시장 폭등세가 반전된 직후 미국 대형 거래소 FTX가 파산하고, 코인 헤지펀드 스리애로스가 1조원에 가까운 채무이행에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또 투자자 사이 인기가 높았던 코인들이 몇 년 뒤엔 거래소에서 사라져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김유아 기자> "돌풍이 시장을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인 2022년부터 살펴보면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10여개 종목이 거래지원 종료됐는데, 여기에는 한때 거래량 상위를 지켰던 종목도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같은 기간 약 50개 종목이 상장됐는데, 일부 종목은 별다른 이유 없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거래지원 종료된 코인들의 차트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습니다.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밈(meme) 코인들은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 경우들이 드물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규모 투자 손실로 연결될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굉장히 높다고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또 개인회생이나 파산 절차를 밟은 투자자도 지난 3년 간 적지 않았던 만큼 대출받아 투자하는 '빚투'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TV 김유아입니다.
#코인 #가상화폐 #사기
[진행자 코너]
비트코인 가격의 무서운 상승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중미 엘살바도르가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범죄율이 높은 국가이면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빈국 중 하나인데요.
엘살바도르는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도입했습니다. 이에 전 세계 주요국들은 해외 토픽감 정도로 여기는 분위였습니다. 이후 엘살바도르는 지금까지 1억2천19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천664억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정은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으로 유명한 부켈레 대통령이 밀어붙였는데요.
부켈레 대통령의 독단적인 결정은 지난해 초중반까지만 해도 국가에 손해를 끼쳤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면서 손실이 60%에 달하기도 했는데요.
대외적으로도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상화폐에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치솟으면서 상황이 역전됐습니다. 엘살바도르는 투자 손실을 메웠을 뿐만 아니라 수익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로 알려진 팀 드레이퍼 회장이 엘살바도르에 대해 "비트코인을 도입한 덕분으로 세계에서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은 폭락과 급등을 거듭하고 있는 만큼, 엘살바도르의 선택은 여전히 '도박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반면에 비트코인이 달갑지 않은 국가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채굴하려면 많은 전력량이 필요한데요. 애초 비트코인 채굴장이 많았던 중국 등 여러 국가는 단속을 강화하는 경향입니다. 전력 부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전기 요금이 매우 싸고, 규제가 느슨해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이 몰렸었는데요. 환경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를 노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정책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장을 유치하려는 국가도 있습니다.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인구 80만명 남짓의 작은 나라 부탄인데요. 부탄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 외화 수입원이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자, 비트코인 채굴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풍부한 수력발전 자원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 채굴장이 많은 다른 국가들에선 대체로 화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채굴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광빈 기자]
가상자산 관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건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시장의 '큰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 관리에 소극적이었는데요. 오는 7월 비로소 가상자산이 법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박지운 기자입니다.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26개 마켓에서 거래된 가상자산 규모는 일평균 3조 원에 달했습니다.
가상자산 실이용자는 무려 606만 명,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가상자산 거래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준현 / 경기 성남시> "(혹시 가상자산, 코인 투자해보셨어요?) 아, 네. (아, 해보셨어요?) 네. (어떤 거에 투자해보셨을까요?) 알트코인처럼 뭣 모르고 오른다고 하길래 따라 샀는데…"
<최윤수 / 서울 종로구>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이 하긴 해요. 친구들이 같이 모임 하면서 같이 투자하고 그러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규제 밖에 놓여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범죄가 판치는 무법지대로 변질됐습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도 관리 권한이 없는 금융당국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지운 기자> "대형 사건·사고들을 겪으며 정부도 보다 적극적으로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바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입니다."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 시장에서 이용자의 자산 보호, 불공정거래행위의 규제, 금융당국의 감독·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는 7월 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감독국과 조사국을 출범해 관련 업무를 본격 가동했습니다.
업계에도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지난 2월)> "법 시행 전까지 조직, 시스템, 내부통제체계 등 제반사항을 완벽히 갖춰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만약 법 시행 이후 위법사례가 발견되는 경우 감독당국은 중점검사 등을 통해 엄중히 대처할 예정입니다."
거래소들은 이상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상거래를 발견하는 즉시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통보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겁니다.하지만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시급한 내용만을 담고 있는 '1단계 법'입니다.
2단계 입법이 이뤄지기 전까진 일부 규제공백이 불가피한 만큼, 시장 교란 행위 등을 막으려는 업계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전문가들은 2단계 입법에는 공시 의무화, 자율규제 기구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황석진 /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발행인하고 거래소하고 투자자 사이에는 정보에 대한 부분이 상당히 비대칭합니다. 그런 부분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무 공시가 필요하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시장을 감시할 수 있는 역할이 지금 거의 없어요. 정확하게 역할을 구분을 해줘야죠."
나아가 규제 공백이 이어지는 동안 투자자들은 '원금 보장', '일확천금' 같은 말에 현혹돼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어떤 기술이 접목된 코인인지 등을 살펴보고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연합뉴스TV 박지운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비트코인이 오는 21일 4차 반감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전 세 차례 반감기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던 점에 비춰 시장은 이번에도 오를 것인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는 이미 지난 2월, 비트코인이 오는 2030년까지 우리 돈으로 3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위기에 대한 경계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영국의 비트코인 펀드가 95% 폭락하면서 나타났던 마진 콜, 증거금 부족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죠. 마진콜이 발생하면 그 영향이 다른 자산 시장으로까지 번지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결국 가격 급등락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가장 취약점으로 꼽힙니다. 분명한 것은 전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각국 중앙은행은 가상화폐의 확산이라는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대응을 취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제도권으로 편입을,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은 규제로 가닥을 잡고 있죠.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향후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선진국의 행보를 따를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상화폐의 근본적인 우려점인 안정성 확보가 관건일 겁니다. 이번주 뉴스프리즘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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