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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스토리] 엔씨 맞잡은 ‘미다스의 손’… 박병무 리더십, 새 시대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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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올해 창립 후 처음으로 공동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줄곧 김택진 대표가 홀로 회사를 이끌었지만,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박병무 전 VIG파트너스 대표가 합류해 짐을 나눠 지게 됐다. 이례적인 경영 위기와 더불어 리더십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점에서, 엔씨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변곡점을 맞은 셈이다.

1961년생인 박 대표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수석 입학해 1984년 수석 졸업했다. 대학교 3학년 당시엔 최연소로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을 거쳐 1989년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일했다.

법조계에 발을 들였지만 평소 그는 ‘상사맨’에 대한 열망이 적잖았다고 전해진다. 당시로는 규모가 크지 않았던 김&장에 합류한 것도 기업 관련 법무를 담당할 수 있어서였다.

박 대표는 이곳에서 12년간 근무하면서 기업 경영 전반의 이해도를 쌓는 한편, 인수합병(M&A) 법무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주도적 의사결정에 대한 갈증은 끝내 풀 수 없었고, 결국 2002년 로커스홀딩스 최고경영자(CEO)로서 전문 경영인의 길로 뛰어들었다.

◆ M&A·투자 전문가… ‘미다스의 손’ 별명도

업계 관계자들은 박 대표를 ‘미다스의 손’이라 부른다. 성공적으로 이끈 굵직한 M&A만 상당수라서다. 위기에 빠진 엔씨가 그에게 SOS를 요청한 배경이다. 엔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력 상품인 ‘리니지’ 지식재산(IP) 경쟁력이 약화해 신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처음 지휘봉을 잡았던 로커스홀딩스에서부터 대형 M&A로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당시 인기그룹 지오디(god) 소속사였던 싸이더스를 비롯해 시네마서비스, 넷마블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로커스홀딩스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플레너스로 사명을 변경한 로커스홀딩스는 후에 CJ 인터넷을 거쳐 CJ E&M에 편입된다.

박 대표는 특히 2006년 경영 위기를 겪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에 대표 이사로 합류, 내실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이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3년부터 미국계 펀드 뉴브리지캐피탈의 국내 법인인 뉴브리지캐피탈 코리아 사장을 역임하면서 제일은행 인수 등 굵직한 기업 M&A를 다수 성사시켰다. 이 중 하나가 AIG와 콘소시엄을 맺고 주당 3200원에 사들인 하나로텔레콤이다.

박 대표가 지휘봉을 잡은 당시 하나로텔레콤은 주력 사업인 초고속 인터넷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전화사업이 부진하면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박 대표는 비용을 효율화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집중했다. 성장 동력을 인터넷TV 시장에서 찾고, 대표를 맡은 첫 해부터 국내 최초로 VOD 서비스를 시작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IPTV의 시초이기도 한 ‘하나TV’는 출범 1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회사를 정상화한 박 대표는 2007년 하나로텔레콤을 SK텔레콤에 매각하는 데 성공한다. AIG와 뉴브리지캐피탈 컨소시움은 하나로텔레콤 지분 38.89%를 1조877억원에 매각, 투자 3년여만에 당시 환율 기준 7억 달러에 가까운 차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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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부터 엔씨와 인연… 신성장 엔진 이식 과제로

게임업계에 몸을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문성은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과거 넷마블을 인수한 경험이 있는 데다, 서울대 동문인 김 대표와의 친분을 계기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엔씨 사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로 활약해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엔씨와 넥슨간 경영권 분쟁 당시 방준혁 의장과의 연을 바탕으로 엔씨와 넷마블 동맹 구축에 기여, 갈등 해소에 앞장섰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엔씨에서 박 대표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M&A를 통한 돌파구 마련이다. 엔씨는 2012년 엔트리브소프트(폐업) 이후 10년 이상 M&A에 나서지 않았다.

박 대표는 정식 선임 전 온라인으로 진행한 공동대표 미디어 간담회에서, 소수 지분 투자를 통해 퍼블리싱권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구성한 태스크포스(TF)가 관심 게임사를 선별하면, 박 대표가 충분한 검토 후 진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M&A는 사업 시너지와 미래 동력, 재무적 동력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신중히 검토하겠다. 적절한 기회가 오면 신속히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가 다양한 기업과 접점이 많았던 것에 주목, 비(非) 게임 기업에 투자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설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배경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든든한 곳간은 박 대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엔씨는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3652억원 보유하고 있다. 단기금융상품까지 합치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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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잡이? 소방수!

박 대표는 외부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한편, 경영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맡게 된다. 그가 다양한 사모펀드 조직에 몸 담은데다, 엔씨 조직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대하다는 점을 들어 그가 구조조정이나 비용 축소 등 본격 ‘칼춤’을 시작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멀리 내다보는 인물”이다. 당장 눈앞의 이득보다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돌본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실제, 2022년 기준 그가 대표를 역임한 사모펀드 운용사 VIG 파트너스가 인수한 26개 기업 중엔 인원을 구조조정한 사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중 바디프렌드와 버거킹 등 기업은 일자리 창출 공로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

박 대표는 간담회에서도 성급한 변화, 숫자에 매몰된 ‘재무적 효율화’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그는 “경영 효율화는 재무적 수치만을 기반하지 않는다.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중복된 기능은 효율화하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추진하려고 한다”며 “자칫 숫자에만 치중한 효율화는 회사 경쟁력과 잠재력을 지닌 뿌리를 없앤다”고 강조했다.

그가 야구단(NC 다이노스) 매각에 부정적인 견해를 비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장 야구단을 매각해 얻을 수 있는 단기적 이익보다, 콘텐츠 기업으로서 야구단과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는 계산이다.

박 내정자는 간담회에서 “신규 게임 마케팅 측면, 우수 인재를 리크루팅하는 측면, 콘텐츠 기업으로서 야구단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이 크다. 매각보다는 비용을 효율화해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엔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미뤄보면, 플레너스와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이끌었던 과거 경험을 토대로 향후 야구단을 이용한 마케팅이 보다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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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강단… 엔씨에 부는 새 리더십

박 대표의 데뷔전이기도 했던 제27기 정기 주주총회는 그의 리더십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박 대표는 이날 구글 클라우드와의 인공지능(AI)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김 대표를 대신해 의장직을 맡아 총회를 진행했다.

박 대표는 이날 주주들의 날선 질문에 의연하게 대응해 눈길을 모았다. 사실 관계에 기반해 회사 사정을 차분히 설명하면서도, 과도한 성토에는 강단있게 대처했다. 임원진과 주주들 간 대화가 과열될 때는 농을 던지기도 하면서 주총장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일례로 박 대표는 주총 시작과 함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김 대표의 불참건과, 발언 시간 축소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당황한 기색도 없이 미소를 띤 채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어 “사과할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단숨에 주도권을 가져왔다.

그는 위 학회장이 다소 날선 표현으로 김 대표의 사내 이사 선임건을 반대하자, “인격모독적인 발언은 삼가달라”며 절제된 어조로 주의를 주기도 했다.

리니지 경쟁력 약화와 더불어 리니지가 엔씨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주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분명히 선을 그어 눈길을 모았다.

박 대표는 “몇몇 게임은 사이클 때문에 이용자가 많이 빠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반기 들어서는 여러 IP에서 유저 베이스를 공고히 유지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니지를 하루 150만명이 플레이하고 있다. 리니지 때문에 망하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엔씨에 대한 비판이 지나치게 과도하다고 지적하면서도 “결과로 보여주겠다”며 변화를 약속했다. 엔씨를 둘러싼 대내외적 시각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고개만 숙이기 보다, 각종 지표와 방향성을 제시하며 과감히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는 과거 ‘블레이드앤소울’과 같은 신작, 리니지의 모바일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이번엔 주력 장르 의존도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 만만찮은 숙제”라면서 “박병무 대표의 M&A 역량이 새로운 성장 동력과 함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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