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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마련한 연금개혁 제안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금 고갈 시점을 잠시 뒤로 미룬 미봉책에 불과하고, 정책 당사자가 될 미래세대 입장이 대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최종 개혁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선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제3의 대안을 선택지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면서 기금 수지를 맞추기 위해선 19.8%의 보험료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론화위에서 제안한 두 가지 개혁안 모두 2055년 고갈을 앞둔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첫 번째 제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끌어올리되 소득대체율을 50%로 10%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이 경우 연금 고갈 시점은 2062년으로 7년 늦출 수 있지만, 미래세대 부담은 더 커진다.
고갈 시점인 2062년 기금 적자는 176조원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적자규모(47조원)보다 3배 많다. 기금 고갈 후 가입자가 납부해야 할 보험료율도 35.6%로 높아진다. 보험료율이 최대 43%에 이른다는 추산도 나왔다.
두 번째 제안은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되 보험료율은 12%로 높이는 것이다. 이 역시 고갈 시점은 8년 늦춰진 2063년이지만 적자규모는 96조원, 기금 고갈 후 보험료율도 31.2%로 현행보다 높다. 두 안 모두 구조적 개혁과는 동떨어진 제안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론화위의 제안들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첫 번째 안은 오히려 재정문제를 가속화해 개혁을 후퇴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이 미래세대의 부담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청년세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두 안은 지난 3월 근로자부터 사용자, 수급자, 청년까지 각각의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성을 반영한 36명의 공론화위 의제숙의단이 진행한 2박3일의 워크숍에서 도출됐다.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36명 중 청년 몫으로 배정된 자리는 8명이었다. 그러나 이 중 개인 자격으로 참여한 청년은 5명이었고, 나머지 3명은 시민단체 몫이었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소득보장론을 강력하게 주장한 단체와 행동을 같이해온 것으로 나타나 사실상 소득보장론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 숙의단에 참여한 이들의 의견이었다.
숙의단의 한 참여자는 "워크숍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을 가질 때 한 청년대표는 노동조합 대표 측과 논의를 하는 모습을 봤다"며 "온전한 의미로 현재 2030의 목소리를 대변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숙의단 참여자는 "흔히 말하는 소득보장론은 과대대표되고 청년계층은 과소대표된 걸로 보인다"고 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한 연금연구회는 "공론화위가 제시한 개혁안에 담긴 세대 간 연대가 미래세대는 제외한,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세대 간 연대'인 것이냐"며 "중년, 장년, 노년 간 세대 간 담합, 즉 '중장노' 담합은 아닌지 묻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향후 최종 개혁안을 도출할 때 연금의 구조적 개혁을 담보하는 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속불가능한 현행 제도와 구분되는 '신연금 제도'를 제안한 것이 대표적이다. 연금제도는 보험료로 기금을 조성해 내는 '적립식'과 자식세대가 낸 보험료로 부모세대의 연금을 주는 '부과식'으로 나뉜다.
현행 제도는 자식세대가 부모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인데, 보험료보다 소득대체율이 과도하게 높은 구조인 데다가 급격한 인구구성 변화까지 겹치면서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KDI 분석이다.
이에 KDI는 개혁을 통해 부모세대는 구연금제도를 유지하되 자식세대는 본인이 낸 돈을 돌려받는 '적립식' 신연금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KDI는 신연금제도에선 보험료율을 15.5% 내외로 인상해도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연금연구회는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했던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안을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구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작년 특위 자문위원회 소속 전문가 15명 중 10명이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고 보험료율은 9%에서 15%로 올리는 안을 선호했다"며 "대다수 연금전문가들의 지지를 얻고 있고 재정 안정화에도 가장 효과적인 안"이라고 밝혔다.
공론화위는 오는 21일까지 네 차례 숙의토론을 거쳐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까지 개혁안을 완성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혁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 개혁 논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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