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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총선특집] '법학도'로 헤쳐모였던 이재명·한동훈·조국…차이는 여기서부터?|인물탐구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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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검사·교수…세 법학도가 걸어온 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당 기호순)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주축입니다. 모든 이슈와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죠. 선거 유세를 보면 너무나 다른 지점에 서 있지만, 이런 세 사람도 공통점은 있습니다. 바로 법학도라는 점이죠. 총선 특집 인물탐구영역에서는 똑같은 학문을 수학하던 그 시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역경 이겨낸 소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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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입 수험표. 〈출처= 네이버 '이재명 블로그'〉




이재명 대표는 중앙대 법학과 82학번 장학생이었습니다. '대학생 이재명'이란 단어는 기적 같은 말이었습니다.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할 정도로 가난해서 공부할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인데요. 이 대표는 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공장에 취직했었고 만 12살부터 6년 동안 소년공으로 일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한 건 고졸이 되면 공장 관리자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대양실업이라는 공장에서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일을 하다가 산재를 당하면서 왼쪽 팔이 구부러졌는데, 몸 쓰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거 같단 생각도 더더욱 공부에 매달린 이유였다고 합니다.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학해 학비가 면제됐고 생활비 20만 원도 받았는데요. 소년공 시절 월급의 2,3배에 달하는 이 장학금이 '대학생 이재명'을 가능케 한 거나 다름없었죠.

혼신의 힘을 다해 진학한 대학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광주의 진실'에 대해 알아버린 겁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폭도인 줄 알고 욕했던 광주 시민들이 무자비한 학살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었다고 합니다. 대학 친구가 이재명 대표에게 함께 집회를 이끌어가 보자, 제안을 했지만 이 대표는 우선 공부를 한 뒤 법조인이 되면 '판검사가 아니라 인권변호사가 되겠노라' 약속을 하죠.

1986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검사 시보를 했을 때 일이 재미있어서 검사가 성격에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되겠다' 공언해둔 터라 다른 길을 갈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변호사는 굶지 않는다"던 노무현 변호사의 말 덕분에 욕기를 얻어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됩니다.

강남 8학군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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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서울대 졸업사진.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서울대 92학번입니다. 경원중, 현대고를 나온 강남 8학군 출신이죠.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공부를 잘해서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동네 어머니들도 사이에서도 유명했다고 하죠. 아들을 어떻게 교육시켰냐 한 위원장 뿐만 아니라 한 위원장 어머니까지 유명 인사였다고 전해집니다.

촉망 받는 엘리트로 법대에 들어왔건만,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 당시 서울법대는 2학년 때 사법학과와 공법학과로 나뉘었었는데, 사법학과가 인기가 더 많아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과에 한동훈 위원장이 못 들어간 겁니다. 성적으로 밀려본 적 없던 한 위원장에겐 충격적인 일이었죠.

그런데 이 일이 전화위복이 된 건지, 한 위원장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사법고시를 준비합니다. 이 시기 한 위원장이 다니던 독서실에서는 "한동훈은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검사가 꿈인 친구"로 불렀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놀러 가자 꼬셔도 어림없었죠. 그러더니 대학교 4학년 재학 중 사시를 패스합니다. 소년등과를 하다 보니 연수원과 검찰 기수가 동년배에 비해 높아졌고, 윤석열 대통령과 나이는 13살 차이지만 기수는 네 기수 차이가 된 겁니다.

박종철 죽음 목도한 범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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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대학교 시절. 〈출처=부산일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그 유명한 서울법대 82학번입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후보, 원희룡 국민의힘 인천 계양을 후보와 동기죠. 국민학교를 2년 일찍 들어갔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동기들보다 두세 살은 어렸죠. 고향은 부산인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마 사태를 거리에서 직접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생 운동에 동참하죠.

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눈에 띄는 외모였습니다. 선배들이 "너는 너무 눈에 띄어서 우리에게 피해를 준다"고 타박했는데,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습니다. 경찰 검문검색에 걸리기 딱 좋다는 거죠. 또, 농활이나 빈민 활동에도 외모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서 갈등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조국 대표가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는데요.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바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입니다. 박종철 열사가 체포 영장도 없이 끌려가 물고문을 받다가 질식사 사실이 알려지면서 6월 항쟁을 촉발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박종철 열사는 조국 대표의 혜광고 1년 후배이자, 대학교 2년 후배였기 때문에 조국 대표의 충격은 더 컸고요. "직접 아는 사람이, 게다가 학생 운동을 쉬던 아이가 그렇게 되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고 회고했죠.

조국 대표는 잘하는 게 공부밖에 없는 범생이라 교수 외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하고요. 1987년 헌법 체제를 더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법대 교수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같은 전공을 공부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변호사로, 한동훈 위원장은 검사로 조국 대표는 교수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요. 이번 총선도 세 사람에겐 또 다른 갈림길이 아닌가 싶습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앞으로의 길은 또 어떻게 펼쳐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참고자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함께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위즈덤하우스, 2022

이재명·서해성,〈이재명의 굽은 팔〉, 김영사, 2017

최승호 외,〈[더초이스] 이영진이 말하는 이재명 후보〉, 뉴스타파, 2022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정혜연,〈[In-Depth Story] 한동훈은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 신동아 2024년 1월호, 2023.12.30

김윤수 외,〈[OPEN 인터뷰]문과 1등 한동훈 위원장 vs 이과 1등 한동헌 (feat. 이정재)〉, 채널A, 2024.03.02

권세진,〈[팩트체크] 한동훈 친구들 '새벽 술자리' 에 대해 "터무니없어 신경도 안 쓸 얘기"〉, 월간조선, 2022.10.26

심규진,〈73년생 한동훈〉, 새빛, 2023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오연호, 〈진보집권플랜〉, 오마이북, 2010

이종탁, 〈[이종탁이 만난 사람] 대담집 '진보집권플랜' 펴낸 서울대 조국 교수〉, 경향신문, 2010.12.06

박세익, 〈[人+間 (인+간)] 강남스타일 좌파 교수 조국〉, 부산일보, 2012.09.08

정관용('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조국 "나의 사회참여, 박종철 열사 죽음 때문"〉, CBS, 2012.01.13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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