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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총선 최대 변수 '고물가', 이에 기름 붓는 고유가...정부는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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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배럴당 90달러 돌파
환율 오르며 수입물가 부담 더 커져
정부, 물가안정과 재원 마련 딜레마
한국일보

9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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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마저 뛰어 수입발(發) 물가 상승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총선 이후 밀려올 각종 선거공약 청구서와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게 된 정부는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674.12원으로 1,700원을 코앞에 뒀다. 서울의 평균 판매가(L당 1,754원)는 이미 1,700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 1월만 해도 L당 1,500원대 중반이던 휘발유 가격을 밀어 올린 장본인은 국제유가다.

브렌트유는 8일(현지시간) 배럴당 90.53달러에 거래됐다. 올해 첫 거래일(1월 2일‧배럴당 75.89달러)보다 19.3% 뛰었다. 브렌트유와 함께 3대 원유로 꼽히는 두바이유 가격도 같은 기간 배럴당 78.10달러에서 90.03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 지역 불안과 산유국의 감산 조치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JP모건)까지 나온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휘발유‧경유 가격은 당분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달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넘어섰고, 석유류 물가가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물가 억제에 보탬이 된 석유류 가격이 물가 상승 불씨가 되기 시작했단 뜻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휘발유‧경유 가격은 물론, 수입 에너지값도 덩달아 올라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준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높아지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원 오른 1,354.9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1,300.4원)보다 50원 넘게 상승한 금액이다. 아울러 고물가 상황과 총선을 의식해 동결했던 전기·가스·교통 등 '공공요금'도 하반기에는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쏟아낸 개발 약속과 총선 이후 여야의 선거공약 청구서를 소화해야 하는 정부는 또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4월 말까지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끝내자니 물가불안이 커질까 우려되고, 연장하자니 계속되는 세수 감소에 재정운용 여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유류세 인하(11월)를 시작한 2021년 16조6,000억 원이던 교통·에너지·환경세수는 1년 내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행한 2023년엔 10조8,000억 원까지 줄었다.

기획재정부는 현행 인하율 그대로 연장하는 방안과 감면 폭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 등을 모두 열어놓고 고심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물가에 미칠 영향과 세수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달 중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저소득층보다 소유 차량과 유류 소비량이 많은 계층에 혜택이 큰 만큼 단계적인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으로 가격을 누르는 방식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감면 폭을 줄여가는 유연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세종=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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