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가 중국산”… 일본도 가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왼쪽)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부위원장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5일 벨기에 루뱅에서 열린 제6차 미국·EU 무역기술협의회(TTC)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루뱅=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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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첨단 반도체 활로가 막히자 대안 성격으로 뚫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앞길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틀어막기로 했다.
미국과 EU는 지난 4, 5일(현지시간) 벨기에 루뱅에서 제6차 무역기술협의회(TTC) 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범용 반도체의 세계 공급망을 왜곡하는 효과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또는 협력적인 조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타깃은 중국이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몇 년간 시장에 나오는 모든 신규 레거시 반도체의 약 60%가 중국에서 생산될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 정부가 이 산업을 엄청나게 보조하는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이 거대한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값싼 반도체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잠자코 두고 보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성명에서 “EU·미국은 범용 반도체에서 왜곡 효과나 과도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비(非)시장 경제 정책과 관행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부당한 보조금 등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의 덤핑(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수출)을 지원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국과 EU가 함께 수출통제 등을 통해 대응할 전망이다.
범용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보다 기술 수준과 가격이 낮지만 자동차와 가전 등 다양한 제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더 보편화된 기술을 사용해 성숙 공정 반도체로도 불린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군사력 강화에 사용 가능한 첨단 반도체의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견제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최근에는 경제 전반에 두루 쓰이는 범용 반도체 산업을 중국이 지배하는 것까지 경계하고 있다. 안보가 액면상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산업 차원의 추격을 뿌리치려는 시도다.
중국 반도체 견제에는 일본도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범용 반도체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에 합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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