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사전투표율 높고, '대구·경북' 낮아
지난 5~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사전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31.28%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26.69%보다 4.59%포인트(p) 높은 것으로, 총선 기준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다만 역대 전국단위 선거 중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2022년 20대 대통령선거의 36.93%보다는 5.65%p 낮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지난 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1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 유권자들이 줄을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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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는 호남의 사전투표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대구·경북이 낮았던 경향성이 유지됐다. 전국 17개 시도 중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41.19%)이다.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전투표율 40%를 넘었다. 이어 전북(38.46%), 광주(38.00%), 세종(36.80%) 순으로 나타났다. 강원(32.64%), 서울(32.63%)의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으로 나왔다.
반면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25.60%)다. 이어 제주(28.50%), 경기(29.54%), 부산(29.57%)이 사전투표율 30%를 넘기지 못했다.
다만 전국 모든 지역에서 21대 총선보다 높아지면서 사전투표에 대한 뜨거운 열기는 확인됐다. 이는 사전투표제가 지난 2014년 도입 이후 올해로 10년 차를 맞이하면서 국민들에게 제도가 익숙해진 점, 그리고 여야 지도부 모두가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독려한 점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투표소에 나가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생각한다”며 '투표율이 높을수록 진보 세력에 유리하다'라는 통념을 깨고 투표를 적극 독려했다. 여기에 야당의 '정권심판론'과 여당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이 맞붙으면서 투표율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여야, 사전투표율 분석 '동상이몽'
높은 사전 투표율에 여야는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범죄자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보수 지지층 결집이라고 봤고, 더불어민주당은 정권 심판을 위한 국민의 열망으로 해석했다.
한 위원장은 사전 투표가 끝난 이후 가진 대구 유세 현장에서 “사전투표율이 대단히 높아진 것은 지금 서로가 결집하고 있고 뭉치고 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뭉칩시다”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시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은 “지난 2년 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을 훼손했다”며 “입 틀어막고, 칼틀막하고, 협박하고, 언론 봉쇄하고, 겁주고 압수수색하고, 맨날 세무조사 한다고 겁줘서 사람들 굴복시켜 독재화시키는 그런 나라에 누가 투자하겠냐. 그것도 역시 경제가 나빠진 원인”이라며 여권에 날을 세웠다. 전날 강성우 대변인은 “사전투표율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성난 민심이 확인됐다”고 했다.
사전투표율이 30%를 넘어서면서 22대 총선 최종 투표율이 어느 정도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대 총선의 최종 투표율은 66.2%였다. 정치권에선 사전 투표율이 최종 투표율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의 유불리를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그간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이, 낮으면 여권이 유리하다는 해석이 많았지만 최종투표율이 70%를 넘은 지난 대선의 사례를 볼 때, 투표율로 여야 유불리를 쉽사리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22대 총선 지역별 사전투표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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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여전히 예측 불허…남은 과제는 중도층 민심
여야가 내놓은 판세 역시 여전히 예측불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전국 254개 지역구 중 각각 55곳, 50곳에서 '경합'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서울·인천·경기 전체 122곳 중 국민의힘은 26곳, 민주당은 40곳을 경합으로 분류할 정도로 수도권 판세는 혼전 양상이다.
이번 선거에서 막판 최대 승부처로 떠오르는 곳은 '낙동강벨트'다. 국민의힘은 부산 경남 전체 40곳 중 13곳을 경합으로 분류했다. 민주당은 경남에서 5곳, 부산에서 8곳을 우세로 꼽는 등 약진을 기대하고 있다.
역대 총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역시 여러 지역이 혼전을 보이고 있다. 총 28개 의석이 걸린 충청에서 국민의힘은 13곳을 경합으로 봤다.
여야는 막판 판세를 가를 주요 변수로 '중도층'을 꼽고 이들을 겨냥한 유세에 화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총선 고령화로 유권자 지형이 달라진 만큼 막판 숨은 '샤이 보수'의 결집과 중도층 민심 확보에 주력한다. 특히 충청 지역에서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공약을 추가적으로 부각시키며 중도층 확장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역시 사전 투표에서 정권 심판 열기가 표출된 점을 적극 이어가 '정권심판론'을 더욱 부각시켜, 중도층을 투표장까지 끌어당기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사전투표를 통해 호남 지역에서 지지층을 결집한 만큼, 남은 선거 기간 동안에는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수도권 지역과 충청권 공략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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