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행렬 이틀째 이어져…유모차 아기엄마·생일인 고3도 한표씩
익선동·여의도 등 나들이 명소 붐벼…"양심·청렴 정치 희망"
'주말에도 사전투표' |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이미령 이율립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자 주말인 6일 서울의 사전투표소 곳곳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에는 투표 인파가 많지 않았지만 오후부터는 시내 나들이 명소 인근의 투표소가 미리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으로 붐비며 길게 줄이 늘어선 모습을 보였다. 토요일이라 편안한 옷차림을 한 시민이 많았고 나들이를 겸해 나온 듯 등산복 차림의 중년 부부나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시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용산구 효창동 투표소를 아내와 함께 방문한 임원택(86)씨는 "원래 청파동에 사는데 본투표 날 관내 투표소에 가는 길이 더 불편해 운동 삼아 이쪽으로 투표하러 나왔다"며 "어디서든 투표할 수 있어서 편하네"라고 말했다.
임씨는 "다리도 불편하고 몸도 아프지만 정치가 답답해 투표에 참여했다"며 "정치인들이 나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양심 있게 정치해줬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직장인 이인혜(41)씨는 병원에 가는 길목에 있는 이곳 투표소를 찾았다면서 "본투표 날에는 온전히 쉬고 싶어서 일부러 들렀다"고 했다.
이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밥그릇 싸움만 할 게 아니라 민생을 잘 챙겨줬으면 해서 투표했다"며 "근로자 복지와 저출생 대책에 관심이 많아 공약도 그런 내용 위주로 살펴봤다"고 전했다.
가득 찬 기표소 |
몸이 불편한 동생을 부축해 함께 온 누나,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엄마, 부른 배를 안고 나온 임신부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동작구 주민인 이모(75)씨는 전날 이미 투표했지만 파킨슨병을 앓는 남동생의 투표를 돕기 위해 이날 상도1동 투표소를 찾았다.
버스에서 보행 보조기를 내린 뒤 동생을 부축해 하차한 이씨는 "허리와 무릎이 아파 이번 선거까지만 하고 (투표 돕기를) 그만해야겠다"면서도 "동생이 투표한다고 아침부터 부지런히 준비했다는데 안 데리고 나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생일이라는 고등학교 3학년 윤모(18)양은 부모님과 함께 첫 투표를 했다. 윤양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이제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주위에도 투표한 친구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지혜(41)씨는 아들 허준현(12) 군과 함께 양재천에 벚꽃 구경을 하러 가기 전 강동구 명일1동 투표소에 들렀다.
이씨는 "당연히 투표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고, 옆에 있던 허군은 "나중에 선거에 꼭 참여해보고 싶다"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다.
임신 4개월 차인 박모(32)씨도 "투표를 마치고 오후에는 꽃놀이를 갈 예정"이라며 "더 좋은 나라 될 수 있으면, 더 좋은 법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사전투표소에 늘어선 유권자 대기줄 |
오후가 되자 시내 나들이 명소를 중심으로 투표소가 눈에 띄게 붐볐고 입구 밖 길가를 한 모퉁이 돌아야할 정도의 긴 대기줄이 생겼다.
종로구 종로 1·2·3·4가동 투표소에서 만난 대학생 김수정(24)씨는 "수원에 사는데 남자친구와 익선동에 놀러왔다가 투표하러 왔다"며 "당선된 후보들이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청렴하게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신영찬(39)·정지선(40)씨 부부는 "나들이 나왔다가 투표소를 발견했다"며 "아이에게도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은 "예전에는 아이 학교에서 회장 투표를 했었는데 요새는 월별로 돌아가면서 회장을 하는 것 같더라. 이렇게 투표를 통해 동네 대표를 뽑고 우리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며 웃었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양혁준(21)씨는 인근 카페 아르바이트 중 쉬는 시간에 짬을 내 자전거를 타고 투표소를 찾았다.
양씨는 "주소지가 제주도로 돼 있는데 지난번 첫 대선 때는 사전투표를 몰라서 당일에 투표를 못했다"며 "이번에는 꼭 시민의 권리를 행사해야겠단 마음으로 시간을 내서 왔다. 첫 투표를 하고 나니 더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사전투표소에 늘어선 유권자 대기줄 |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와 한강공원 근처에 있는 여의동 투표소에는 특히 많은 유권자가 몰렸다. 화사한 차림의 이들은 투표소 앞에서 밝게 웃으며 함께 인증 사진을 찍었다.
대학생 백세빈(26)씨는 "벚꽃 구경하러 가기 전에 투표하려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데려왔다"면서 "대학생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후보에 관심이 가 한표를 줬다"고 전했다.
연인 사이라는 장모(27)씨와 신모(36)씨도 "벚꽃 보러 놀러 나온 김에 사전투표도 같이 해보고 싶어서 근처 투표소를 미리 찾아보고 왔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살기 힘드니까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 위주로 보고 어디에 투표할지 결정했다"고 했다.
경기 김포에서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김옥현(45)씨 부부는 "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라서 나들이 나온 김에 투표를 하러 왔다. 끝나고 쇼핑하러 갈 생각"이라며 "아들에게 긴 비례용지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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