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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단독]있는지도 잘 모르는 서비스, 수수료로 9010억 챙긴 카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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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 ‘채무면제’ 8년전 중단

기존 100만명엔 계속 수수료 받아

보상금 지급은 1404억원에 불과

카드사 “문자-명세서 통해 고지”… 소극적 고지로 고객들 인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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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카드수수료

가입자의 사망 또는 질병으로 카드대금을 못 갚게 됐을 때 채무를 면제해주는 ‘채무면제·유예서비스’로 카드사들이 지난 7년간 9000억 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는 이미 불완전 판매 논란으로 2016년 판매가 중단돼 지금은 신규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100만 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에게 해약을 유도하거나 수수료 징수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으면서 ‘얌체 수입’을 거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수수료가 빠져나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 씨(40)는 평소 잘 살펴보지 않았던 카드 대금 명세서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채무면제·유예서비스’란 이름으로 약 9만 원의 수수료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이 씨는 해당 서비스로만 8년간 약 200만 원(한 달에 평균 약 2만 원꼴)의 수수료를 납부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 그는 “가입 당시 콜센터 직원이 ‘카드 교체나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게 아니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을 반복해 대수롭지 않게 가입했다”며 “콜센터 전화를 녹취해둔 것이 있어 카드사에 항의하니,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지 않는 조건으로 환급해준다고 해 돌려받았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카드 이용대금 채무면제·유예서비스(DCDS)’로 90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2016년 신규 판매를 중단했지만 100만 명에 이르는 기존 고객들에게 수수료를 계속 징수한 결과다.

● 카드사, DCDS로 7년간 9000억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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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 현대, KB국민 등 카드사 7곳은 2017∼2023년 DCDS로 약 9010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뒀다. DCDS란 수수료를 낸 고객이 사망, 질병 등으로 카드값을 내기 어려워졌을 때 카드 채무를 면제, 유예해주는 일종의 보험상품이다.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은 매월 카드 채무액의 0.3∼0.5% 수준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대표적인 카드 결제액인 일시불, 할부 외에도 현금서비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이 모두 포함된 ‘총 채무액’이 수수료 부과의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한 달간 카드 결제액이 180만 원, 현금서비스 이용 금액이 20만 원일 경우 수수료율 0.5%를 적용하면 해당 월의 DCDS 수수료는 1만 원이 된다.

문제는 DCDS가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은 지 8년 가까이 됐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이 판촉 과정에서 고객에게 수수료 부과에 대한 정확한 고지 없이 혜택만 강조해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기됐고, 이에 금감원이 카드사 유료 상품 감독에 고삐를 죄자 카드사들은 2016년 8월 신규 고객 모집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카드사들은 기존 가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해약을 권하거나 수수료 징수 사실을 고지하지 않으면서 수수료 수익을 계속 챙겨 왔다. 이런 탓에 해당 서비스에 가입된 것을 잊은 채 보상금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장이 되는 질병이 제한적이라 가입자 입장에서 보상을 받기가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카드사들이 7년간 9000억 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기는 동안, DCDS 가입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1404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온전히 카드사의 부수입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는 “보상금 수령 비중이 20%를 줄곧 밑도는데 이는 통상적인 보험상품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카드 유료 상품 민원 7년간 4만 건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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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의 유료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3년 카드사 유료 부가서비스 민원은 총 3만8972건이었다. 이 중 DCDS를 필두로 한 상품 해지 관련 민원이 1만8161건으로 약 46.6%를 차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DCDS의 수수료 수익 논란과 관련해 “가입자들에게 안내 문자나 이용 대금 명세서를 통해 서비스 내용을 고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고객이 콜센터 등으로 유료 서비스에 가입하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소비자들이 카드 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수료 자체는 큰 금액이 아니라 가입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마케팅 과정에서 핵심 내용이 생략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소비자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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