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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이슈 국방과 무기

또 관측된 중국 군함 입항… 캄보디아, '중국 제2 해외 해군기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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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에 중국 국기, 군함기 등 부착 모습
중국 군함 방문, 작년 12월 이어 두 번째
한국일보

중국 초계함이 지난달 20일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로 들어서고 있다. 선박 중앙에 오성홍기가 달려 있다. 니혼게이자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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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함이 캄보디아 해군기지에 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중 패권 경쟁 무대인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군사 요충지를 중국이 잇따라 찾으면서 캄보디아가 중국 인민해방군이 상시 주둔하는 ‘제2 해외 해군기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 군함 최소 2척 정박 포착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군함이 캄보디아 남부 군항 레암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다. 지난달 20일에만 최소 두 척이 이곳에 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척은 중국 코르벳함(초계함)으로 선체 중앙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선미에는 인민해방군 군함기가 걸려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캄보디아 해군기지에서 중국 군함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레암 해군기지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서남쪽으로 168㎞ 떨어진 시아누크항 인근에 있다.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 주요 통로인 믈라카 해협에서 가깝다.

캄보디아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기지 증축에 나섰는데, 당시 새 기지 일부를 중국군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비밀 협약을 중국 정부와 체결했다는 보도(미국 워싱턴포스트)가 나왔다. 캄보디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등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까닭에 서방 관리들도 캄보디아 정부가 원조 대가로 중국군의 기지 이용을 용인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양국 정부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중국은 “양국은 전면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고, 캄보디아 측은 “헌법상 외국의 군사기지 건설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비밀기지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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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위성 영상 제공 및 분석 기업 블랙스카이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 상공을 촬영한 위성사진. 블랙스카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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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향력 확대에 미중 힘겨루기 심화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국 군함 최소 두 척이 건설 중인 기지에 정박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중국의 항구 독점 이용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당시 캄보디아는 “순전히 (해군) 역량 강화를 위한 방문이고, 모든 국가가 (기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는데, 100여 일 만에 또다시 중국군 주둔 의혹이 불거진 셈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금까지 (중국 외) 외국 군함의 레암 해군기지 접근이 허용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11월 러시아 해군 대잠구축함이 캄보디아를 방문했지만, 레암 기지에서 20㎞ 떨어진 다른 항구에 정박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캄보디아 ‘군사 전초기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레암 해군기지가 미중 패권 경쟁 무대인 인도·태평양 중심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이곳을 거점으로 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 간 힘겨루기도 심화할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와 정찰 시설을 구축해 미국의 군사 영향력을 전방위로 견제하고 있다. 2017년에는 동아프리카 아덴만 인근 국가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개발도상국에 천문학적인 건설 자금을 빌려줘 항구를 짓고 나서, 빚이 쌓이면 항구 운영권을 앗아가 상업용 항구를 군사기지로 전환하는 방식도 쓰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이나 스리랑카의 함반토타항이 대표적이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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