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량감 가진 비주류 선거 일선서 뛰며
총선 후 정계 개편 과정에서 역할 노려
유세 요청 자체가 현 지도부에 압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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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의 격전지, 이른바 ‘반도체 벨트’에 의외(?)의 인물이 빨간 점퍼를 입고 연단 위에 올랐다. 주인공은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 그는 경기 화성정에 출마한 유경준 후보의 손을 들어주며 “(유 후보가) 화성정 시민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왔으니 능력과 자질만 보고 뽑아달라”고 지지를 당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유승민 역할론을) 생각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한 지 이틀 만이다. 공교롭게도 경기 화성정은 그와 가깝다고 알려진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지역구 화성을 바로 옆이다.
유 전 의원은 유 후보를 시작으로 이종철(서울 성북갑), 함운경(서울 마포을), 최재형(서울 종로) 등을 지원했다. 유 전 의원은 1일에 이상민 후보의 대전 유성을, 2일엔 오경훈 후보의 서울 양천을을 찾는다. 모두 각 후보가 유 전 의원에게 개별적으로 지원 유세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이 불과 1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소위 비주류로 꼽히는 의원들도 팔을 걷고 총선 유세에 나서며 조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천을 받은 것도, 각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지만 중량감을 가진 이들이 총선에서 역할을 하며 대안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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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마찬가지다. 박 의원은 31일 오전 서울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인근에서 조재희 송파구갑 후보 지원 유세를 한 뒤 오후 4시에는 8호선 장지역 사거리에서 남인순 송파구병 후보 지원에 나섰다. 이후 서초구로 이동해 2호선과 3호선이 지나는 교대역에서 오후 5시 홍익표 서초구을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박 의원은 유세에서 “성에 차지 않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찾은 강남·서초·송파는 민주당의 열세 지역이자 격전지다. 비이재명계인 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정봉주, 조수진 전 후보에게 패한 뒤 이들이 각각 망언과 성범죄자 변호 이력 탓에 공천이 취소됐음에도 공천에서 배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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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직전까지 몰렸던 친문재인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전현희 서울 중·성동갑 후보의 유세 현장에 이재명 대표와 함께하는 등 지원유세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 전 실장은 과거 자신의 지역구이자, 친분이 두터운 홍익표 의원의 지역구였던 중구·성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수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의 중구·성동구갑 재출마에 난색을 표했고, 결국 임 전 실장 컷오프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전략 공천으로 이어졌다. 임 전 실장은 이 과정에서 탈당을 고려할 정도로 격하게 반발했으나 전 후보의 유세현장에 이재명 대표와 함께 손을 들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다.
임 전 실장은 경남 양산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김두관 양산을 후보를 시작으로 지난달 31일까지 경남에 머무르며 격전지인 ‘낙동강벨트’ 후보들을 지원사격했다.
이들 의원이 주요 격전지를 중심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는 데는 총선 이후 일어날 정계 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많다. 여야 주류의 견제를 받는 ‘비주류 잠룡’인만큼 이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후보가 많아질 수록 현 지도부에는 사실상 압박이 될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금은 주류에 밀려나 있는 처지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차기 유력 당권 주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통합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인 오는 8월 6차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며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국민의힘 역시 한 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5월 26일 이후 새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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