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소 '불법 카메라' 점검 |
(서울=연합뉴스) 4·10 총선 사전투표소에 몰래 설치된 불법 카메라가 대거 발견됐다. 발견 장소도 일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에 걸쳐 있다. 경찰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40대 유튜버 A씨를 지난 28일 체포해 조사한 결과 범행 장소가 전국 각지에 4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의 긴급 점검에서 불법 카메라 의심 장비가 발견된 사전투표소 등 26곳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불법 카메라 상당수는 충전 어댑터 형태로 특정 통신사 이름이 담긴 스티커를 붙여 마치 통신 장비인 것처럼 위장했고, 투표소 내부를 촬영할 수 있도록 정수기 옆 같은 곳에 부착돼 있었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더 놀라운 일은 유튜버 A씨가 2022년 대선과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에도 사전투표소에 카메라를 설치해 내부를 촬영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A씨는 경찰에서 "사전 투표율을 선관위에서 조작하는 걸 감시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사전투표자 수를 임의로 세서 실제 투표자 수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같은 범행을 저지를 수 있을 때까지 선관위 등 관계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31일 유튜버 A씨를 도운 혐의로 70대 B씨도 불구속 입건했는데 B씨는 A씨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라고 한다. 평소 부정투표 감시단을 자처하며 활동해온 A씨 방송에 공감해 범행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하고 신속하게 조사해 범행 동기와 가담자 등을 파악하고 추가적인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 배후 유무 등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불법 카메라를 투표소에 설치하는 것은 비밀투표 보장을 해치는 엄중한 일이다. 투표하는 사람을 몰래 촬영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투표 의사를 위축시켜 선거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에 불법 카메라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또다시 몰래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고,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을 공산이 크다. 그동안 일부 유튜버의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질서와 신뢰를 위협하고 뒤흔드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엄정한 대처와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와 관련된 법률적 처벌 근거가 미약하다면 이참에 관련 법령을 정비할 필요도 있다. 다음 달 5~6일 사전투표부터 실시되는 등 총선이 목전에 다가왔다. 무엇보다 선관위 등 관계 당국은 선거를 안전하고,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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