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제에 정당만 총 38개…급조한 원외 군소정당 난립
투표용지 51.7cm 최장 불명예…'가나다' 순번에 작명 경쟁 치열
제22회 국회의원 선거를 보름여 앞둔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거소투표용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 모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신청한 정당 38곳 모두 선거 참여가 확정되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51.7cm로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24.3.28/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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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4·10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38개에 달하는 가운데 투표용지 순번을 놓고 '가가', '가가호호', '히시태그'와 같은 치열한 작명 경쟁이 펼쳐지는 등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지난 2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1개가 늘어난 38개다.
연동현 비례대표제가 유지됨에 따라 급조된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로 인해 유권자들은 역대 최장인 51.7㎝의 투표용지를 받아 들게 됐고, 비례대표 투표용지는 100% 수개표가 불가피해 개표 소요시간도 역대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원외 군소정당이 난립하는 부작용도 한층 커진 모습이다. 특히 공직선거법상 원외 정당은 당명의 '가나다' 순에 따라 투표용지 순번이 결정돼 당명에 '가'와 '하'를 넣어 맨 위와 아래를 차지하려는 때 아닌 당 작명 경쟁도 펼쳐졌다.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이란 이름의 당을 창당한 민경욱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당이 맨 윗줄에 위치한 원외 정당 목록을 올리고 "1등입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국민참여신당이 '가가'를 앞에 붙여 '가가국민참여신당'으로 등록, 기호 10번을 차지하면서 원외 정당 중 가장 앞 순번을 받게 됐다. 비례대표 투표에서 기호 1~9번은 1명 이상 현역 의원이 소속한 원내정당이 차지했다.
비례대표를 낸 38개 정당 중 원외 정당이 29개, 그중 '가'로 당명이 시작되는 정당만 4개에 달했다. 이에 투표용지 순번 상위권인 기호 10~13번은 가가국민참여신당(10번),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11번), 가나반공정당코리아(반공정당코리아, 12번), 가락특권폐지당(13번)이 차지했다.
반대로 맨 아래를 차지하기 위해 당명을 바꾼 곳도 있다. 지난달 국민정책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해, 한 달 만인 지난 20일 당명을 새로 지은 '히시태그국민정책당'이 그 예다. 국민정책당이라는 기존 당명 앞에 #를 붙였는데, 맨 마지막을 차지하기 위해 '해시태그'가 아닌 '히시태그'로 등록했다.
이 같은 급조 군소정당 난립과 그로 인한 당 작명 경쟁에 정치권에선 '정치 희화화'라는 자조섞인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기존 당명과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는 정당법 41조 외에 당명을 규제할 별다른 근거가 없어 해결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buen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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