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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탈리아 신혼여행 간 이유가 '기술연수'…집념의 '미스터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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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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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 가장 많이 따라붙는 단어는 '기술'이다. 공학도 출신 CEO로 '기술 중심주의'을 내세우며 글로벌 기업 효성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가 얼마나 기술을 중시했는지는 결혼을 둘러싼 일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부인 송광자 여사와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이탈리아 포를리라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지를 선정한 것은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 아니었다.

이 지역은 효성그룹의 전신인 동양나이론의 기술자들이 나일론 생산기술을 익히기 위해 연수를 받고 있던 곳이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기술연수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갈 정도로 기술에 대한 열정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당시 폴리프로필렌 사업에 도전할 당시에도 이같은 면모를 보였다. 회사 내부에서는 원료 확보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안 하는게 좋겠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조 명예회장은 '안되는 이유 백 가지' 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조 명예회장은 수소문 끝에 미국의 한 회사에서 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 프로필렌을 만드는 탈수소공법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직 개발중인 신공법인데다 이를 상업화할 기술이 없었으나 조 명예회장은 용단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탈수소공법을 적용한 폴리프로필렌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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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스판덱스 공장 준공식에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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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탈한 면모도 있었다. 정철 전 효성물산 전무가 홍콩 주재원으로 있을 당시, 경비실에서 '미스터 조'라는 분이 찾아왔다는 연락이 왔었다. 정 전 전무가 내려가 보니 조 명예회장이 가방을 들고 혼자 서 있었다.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소탈한 분이구나"라고 느꼈었다는 게 정 전 전무의 회고다. 일본 출장을 갈 땐 자동차 보다 전철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실무진과 토론도 많이 했고, 임원들도 생각이 다르면 조 명예회장에서 그건 틀린 것 같다며 건의하기도 한 것으로 유명하다"며 "해외 출장을 갈 때도 수행원 없이 늘 혼자 다닐 정도로 허례허식을 싫어했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의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명예장례위원장으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으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나선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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